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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를 묻다
2024년 04월 23일(화) 18:35
제5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50여 일 앞둔 2004년 7월. 당시 비엔날레 재단을 출입하던 기자는 막바지 행사 준비로 바쁜 전시팀을 찾았다. 재단이 인재육성 차원에서 처음으로 선발한 4명의 비엔날레 인턴들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만난 4명의 인턴들은 수십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였다. 비엔날레 기간동안 외국작가들과의 이메일 교환에서부터 작품제작에 필요한 자재 확보 등 큐레이터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유독 기억에 남는 주인공이 있었다. 가장 나이가 어린 남화연(당시 25·여)인턴이었다. 4명 중 유일하게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뉴욕 파슨스 디자인학교에서 아트마케팅을, 코넬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재원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예술에 대한 열정이었다. 관객과 소통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그녀는 비엔날레에서의 경험들을 자산으로 삼아 좋은 작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어느 날, ‘잊고 지냈던’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2015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의 한국작가로 김아영, 임흥순과 선정됐다는 뉴스였다. 게다가 세계 최고(最古)의 비엔날레 본전시에 광주출신으로는 최초이자, 광주비엔날레와 인연을 맺은 ‘비엔날레 키드’(Kid)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화제가 됐다. 이후 미디어아티스트로 국내외 무대를 누빈 그녀는 201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임명됐다.

최근 그녀의 이름 석자를 또 한번 접하게 됐다. 지난 20일 개막한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 라인업에서였다. 강익중, 서도호, 김홍석, 마이클 주, 문경원&전준호 등 내로라 하는 한국작가 36명에 당당히 선정된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베니스비엔날레 (4월20~11월24일)기간 중세건물인 몰타기사단에서 K-미술의 위상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작가로선 더할 나위 없는 영예다.

20년 전, 비엔날레 인턴이었던 그녀가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한 모습을 보니 새삼 광주비엔날레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게 된다. 올해는 광주비엔날레가 창설된 지 30돌이 된 뜻깊은 해여서 더욱 그렇다. 1995년 163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관람객을 유치한 1회 대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광주비엔날레는 30년동안 국제미술의 흐름을 견인하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특히 이용우, 김선정, 이숙경 등 한국인은 물론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오쿠이 엔위저(1963~2019), 아이 웨이웨이, 제시카 모건, 마리아 린든 등 비엔날레를 거쳐간 역대 외국 감독들은 ‘광주’를 디딤돌 삼아 파워 미술인으로 맹활약중이다.

그럼에도 광주비엔날레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그중에 하나가 작가 양성이다. 초창기에 비해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지역작가들이 늘고 있지만 대회가 끝나면 시나브로 ‘무대’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국제적인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선 개인적 역량이나 열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롯이 작가들의 영역으로 돌리는 건 직무유기가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인재양성은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의 과제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