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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비엔날레 전시관에 대한 단상
2023년 12월 19일(화) 20:05
스페인의 빌바오시는 1970년대 제철소와 조선업으로 이름을 날린 공업도시였다. 하지만 철강업이 쇠퇴하면서 생존 기로에 서자 당시 1억 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뉴욕 구겐하임 분관 유치에 나섰다.

빌바오시가 구겐하임 분관을 선택한 이유는 뉴욕 구겐하임 때문이다. ‘달팽이 미술관’으로 유명한 구겐하임은 전설적인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작품으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건축미는 구겐하임을 세계적인 명소로 키웠기 때문이다.

‘제2의 뉴욕 구겐하임’을 꿈꾼 빌바오는 캐나다 출신의 해체주의 거장 프랭크 게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불꺼진 항만과 산업단지에 빼어난 미술관을 건립해 도시를 되살려 달라고 의뢰한 것이다. 빌바오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게리는 1997년 3만 여장의 티타늄 패널과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기념비적인 건물을 탄생시켰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헤엄치는 물고기를 떠올리게 하는 외관은 매년 100여 만 명이 다녀가는 글로벌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그런 면에서 최근 광주시의 비엔날레 전시관 국제설계 공모는 다소 아쉬운 점이 남는다. 현 비엔날레 전시관이 노후되면서 새 전시관(광주 매곡동 주차장 부지 3만4925㎡) 설계공모를 통해 ‘소통의 풍경 그리고 문화적 상상체’라는 주제로 제안한 ㈜토문건축사사무소·㈜운생동건축사사무소·㈜리가온건축사사무소가 선정됐다. 대학교수·건축사로 꾸려진 심사위원회는 국내외23개 응모팀 가운데 비엔날레 상징성, 전시공간의 효율적 구성, 건축물의 랜드마크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당선작을 뽑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비엔날레 전시관 공모결과가 발표되자 지역 문화계 일각에서는 공모방식과 랜드마크 등을 이유로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명 건축가들을 초청하는 지명공모 대신 누구나 응모하는 자유방식으로 진행해 ‘레전드 건축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언론을 통해 당선작의 조감도를 접한 이들은 외형적으로 ‘평범해’ 지난 2002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사례처럼 랜드마크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상당수의 외국 유명 미술관들은 건축 취지에 맞는 화려한 외관의 건물을 짓기 위해 권위 있는 설계자들을 후보군으로 끌어 들여 선의의 경쟁을 펼치도록 한다.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적임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랜드마크의 정의는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오는 2027년 개관을 목표로 총사업비 1천182억원을 투입하는 메가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국제미술이벤트인 비엔날레는 행사기간동안 국내외에 자연스럽게 비엔날레 전시관이 자주 노출된다는 점에서 광주관광의 핵심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명작이 탄생한다면 광주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은 도시의 아이콘이자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소중한 자원이다. 게다가 건물은 한번 짓고 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ACC에 이어 문화광주의 랜드마크가 될 기회를 또 한번 날린 건 아닌지. 부디 나의 걱정이 기우이길 바란다.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