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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맞벌이 부부, 조금이라도 마음 놓을 수 있길-박기웅 경제부 기자
2023년 09월 05일(화) 09:30
박기웅 광주일보 경제부 기자
“여보! 아이 열이 있는데 어떡하지….” 지난 2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께, 아침 늦잠을 자던 세 살 아들이 칭얼거리면서 일어났다. 혹시 몰라 열을 쟀더니 38.2도.

열이 오르는 것 외에 다른 증상은 없어 당장 병원을 가야 할 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얼른 해열제를 먹이고 상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오전 11시 30분께, 해열제를 먹고 점차 열이 내려가던 아들이 갑작스레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토요일 대다수 소아과 의원은 오후 12시까지만 진료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채비를 해 병원을 간다 해도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때 광주기독병원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이 문을 열었다는 기사를 본 게 떠올랐다. 아내가 병원에 확인 전화를 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우리는 당일 오후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볼 수 있었고, 지금까지 아이는 점차 몸을 회복하고 있다. 진료를 마치고 나올 때 아내는 의료진에게 “심야어린이병원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 지, 얼마나 안심이 되는 지 모르겠어요. 정말 다행이에요”라며 감사를 전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부족한 광주지역 맞벌이 부부들에겐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이 얼마나 든든한 지 모른다. 그동안 아픈 아이를 안고 문을 연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찾아 ‘오픈런’을 한 게 얼마나 될까.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아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아팠다. 코로나19부터 아데노바이러스, 독감 등등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마음을 졸였다. 병원 문이 닫힌 밤중, 열이 오르는 아이를 들쳐 엎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간 것도 수차례다.

고향이 강원도인 남편과 전북인 아내는 아이를 돌봐줄 시댁, 처가 식구가 주변에 없어 발을 동동 굴렀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때마다 둘 중 하나는 연차를 써야 했고, 주말 문을 연 병원을 찾아 헤맸다. 돈을 벌기 위해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고, 그런 아이가 아파서 돌아올 때 우리 부부는 눈물을 삼켰다.

치솟는 집값에 매달 대출금 상환은 물론, 물가와 공공요금이 올라 생활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먹고 살기 위해 맞벌이를 하고 있으나,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마음 편히 쉴 수도 없고, 병원을 찾아 헤매는 것도 고달픈 일이다.

‘공공심야어린이병원’ 개원 소식은 그런 맞벌이 부부에게 가뭄 속 단비나 다름없다. 광주기독병원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의 운영시간은 평일 오후 6시 30분~자정, 토요일은 오전 8시 30분~자정, 일요일·공휴일은 오전 10시~자정이다. 매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명, 간호사 2명이 진료한다. 밤새 아픈 아이를 붙들고 전전긍긍하고, 새벽부터 줄 서며 마을 졸였던 많은 광주 맞벌이 가정이 심야어린이병원의 도움을 받아보길.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