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두드릴 수 있지만, 아무나 퍼커션이 될 수는 없다…타악앙상블 ‘메타(META)’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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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두드릴 수 있지만, 아무나 퍼커션이 될 수는 없다…타악앙상블 ‘메타(META)’ 공연
2023년 08월 29일(화) 11:59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를 누에보 탱고로 개작해 연주하는 앵콜 장면
두드릴줄 안다면 타악기는 누구나 연주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심장까지 울림을 전달하는 ‘퍼커션’은 아무나 될 수 없다.

타악앙상블 메타(META)가 지난 24일 서구 강산아트홀에서 선보인 ‘그 여름, 울림’ 공연은 타악의 향연 그 자체였다. 거대한 공연장에서 펼치는 무대도 좋지만, 조붓한 실내공연의 정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아티스트와 관객석과의 거리는 두세 걸음 남짓. 공연자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번 공연은 비영리기관 강산아트프렌즈가 작년에 설립한 아트홀에서 지역나눔 음악회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공연의 막은 남미 국가 니카라과의 흥취를 담아낸 마크 포드의 ‘스투버닉’이 열었다. 대형 마림바 앞에서 세 명의 연주자가 여섯 개의 말렛(막대)을 쥐고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은 일사분란했다. 트리오 연주자의 여섯 개 손이 숨겨진 ‘여섯 번째 손가락’을 펼치고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은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듯 했다.

특히 연주자들이 말렛을 쥐고 바닥에 앉아 공명관을 두드릴 때는 날카로운 멜로디도 들을 수 있었다. 깊고 따뜻한 음색을 주로 보여주는 마림바의 또 다른 이채로운 매력이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타이프라이터(타자기)를 통해 펼치는 독특한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르로이 앤더슨의 ‘타자기’
르로이 앤더슨이 1950년 작곡한 ‘타자기’는 문제작 그 자체. 연주와는 먼 용도인 타자기를 두드리며 리듬감 있게 초인종을 울리는 모습은 쫓기는 일상을 사는 직장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피날레에서 종이를 찢는 퍼포먼스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게 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외에도 ‘오버 더 레인보우(해롤드 알랜)’ 편곡 버전과 ‘마림바 영가 파트2’도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오미정의 솔로 무대도 이어졌다. 이집트 무희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집시음악 ‘지고이네르바이젠’은 스페인의 바이올리니스트 파블로 데 사라사테가 만든 작품인데 타악 버전으로 개작해 무대에서 선보인 것. 집시가 이집트에서 건너온 것으로 오해한 데서 붙여진 이름인 ‘집시음악’인 만큼, 연주자는 고대 국가 속 무희와 접신한 듯한 신들린 타악 연주를 보여줬다.

홍지수가 연주하는 ‘리틀 재즈 왈츠’는 잔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원의 숲속에 초대된 듯한 재즈의 아늑함과 왈츠의 몽상을 느끼게 하는 선율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두드린다’라는 원초적 행위가 가장 여린 셈여림을 자아내는 모습은 타악 공연의 반전미를 느끼게 했다.

공연의 막을 여는 마림바 트리오곡 ‘스투버닉’, 자리를 바꿔가며 한 몸처럼 움직이는 연주자들의 모습은 압권이다.
연주자 전원이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나무 조각을 위한 음악(스티브 라이히 작)’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미니멀리즘에 경도된 작곡가가 극단적인 반복과 변화를 통해 철학적 메시지를 주는 곡으로, 박자에 맞춰 스크린에 떠오르는 표지들은 리듬게임을 연상케 했다. 이 작품은 타악에 처음 입문하는 관객이라도 영상을 보며 쉽게 장단을 맞출 수 있어 보였다. “감정을 배제하는 직선적 음악”이라는 연주자의 설명이 실제 울림과 맞아떨어졌다.

어느 새 계절은 성큼 가을 어귀에 와 있다. 이번 타악 앙상블공연‘그 여름, 울림’은 타악으로 뜨거웠던 여름을 기억하고, 다가올 계절에 환호를 보내는 시간이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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