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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남산단 변화가 필요하다] <2> 에너지밸리 핵심…우선구매 활성화·전담기관 설립 시급
한전만 바라보는 나주혁신산단
2014년 분양…97.6% 분양률
입주기업 대부분 한전 따라 나주행
발주량 감소 우려 속 고물가·고금리 ‘삼중고’
2025년 2월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 만료
공공기관 우선구매·세제·고용보조금 지원
4년 계류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특별법’ 개정 필요
2023년 06월 07일(수) 18:50
나주 혁신산단 입구.
올해는 국가 균형발전을 목표로 조성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공기업들이 옮겨온 지 햇수로 10년이 되는 해다. 나주 혁신일반산업단지도 지난 2014년 10월 처음 분양을 시작하고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나주 혁신산단은 산업용지 214필지 가운데 이달 현재 210필지가 분양계약을 마치며 97.6%(120만㎡ 중 117만㎡)의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 5월 말 분양을 마무리하는 나주 혁신산단은 높은 분양률에도 남은 과제가 쌓여 있다.

나주 혁신산단 입구에 설치된 안내판이 텅 비어 있다.
나주 혁신산단은 ‘한전의, 한전에 의한, 한전을 위한’ 산업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전 발주만 바라보고 나주행을 택한 기업이 수두룩하다.

산단 입주 기업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 한전이 발주량을 줄일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국내외 경기 침체에 따른 고물가·고금리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5년 단위로 지정되는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이 오는 2025년 2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산단 기업들은 더는 한전과 수의계약을 맺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을 안고 있다.

지난 2014년 분양을 시작한 나주시 왕곡면 혁신일반산업단지는 빛가람혁신도시의 성장세에 맞춰 이달 현재 97.6%의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 혁신산단 전경.<나주혁신산단㈜ 제공>
◇연평균 1000억 구매…한전 의존도 높아=7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혁신산단이 ‘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에 지정된 2015년 이후 7년간(2016년~2022년) 한국전력과 우선구매 제도 계약을 맺은 금액은 7014억1000만원이다.

한전에 직접 물품을 만들어 판매한 혁신산단 기업(직접생산 승인업체)은 60개사에 달한다. 혁신산단에 입주한 160개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전과 한전KDN, 한전KPS 등 전력그룹사에 납품하고 있다.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으로 선정된 나주 혁신산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생산제품 제한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공공기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한마디로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의 연간 구매 물량의 10~20%를 제한 경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다.

한전의 혁신산단 우선구매 실적은 2016년 1개사·계약금액 100억원에서 ▲2017년 22개사·〃836억원 ▲2018년 39개사·1223억4000만원 ▲2019년 38개사·1102억원 ▲2020년 43개사·1234억원 ▲2021년 55개사·1612억원 ▲2022년 54개사·1606억7000만원 등으로 늘어났다.

나주 혁신산단은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내건 에너지밸리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한전과 광주시·전남도·나주시 등 지자체는 빛가람혁신도시 반경 10㎞ 안에 있는 4개 산업단지에 에너지신산업 관련 기업·연구소를 유치해 ‘글로벌 스마트 에너지 허브’(집적단지)로 키워내고 있다.

나주 혁신산단 면적은 179만㎡(54만평)로, 에너지밸리를 구성하는 4개 산단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다.

한전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에너지밸리에는 한전에 납품하는 전력 기자재 생산업체 등 모두 592개 기업이 지난 1월 말까지 투자협약을 마쳤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투자유치를 약속받은 금액은 2조8220억원 규모이다. 이 가운데 26.2% 비중인 7386억원이 실제 투자로 이어졌다. 에너지밸리에는 1월 현재 319개 기업이 활동하면서 투자실행률은 54%로 집계됐다.

2015년 3월 1호 기업을 유치한 에너지밸리는 8년 만에 600개사 유치를 앞두고 있다.

한전 우선구매 의존도가 높은 나주 혁신산단 입주기업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전담 기관을 마련하고 관련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지에 단 한 곳뿐인 편의점과 식당.
◇우선구매 활성화·단지 활성화 전담기관 마련을=나주 혁신산단은 공기업 구매 의존도가 높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자치단체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주 혁신산단의 분양대금 2380억원의 4.6%인 109억원은 취·등록세로 납부됐다. 지난 2018년에는 산단 조성 과정에서 마련된 도로와 공원 등 4만8000㎡이 나주시에 기부체납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912억원에 달한다.

혁신산단은 지난 2020년 8월 한전을 기술 핵심기관으로 하는 최초의 ‘공기업형’ 연구개발특구인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됐다.

입주기업은 3년간 법인세 전액을, 이후 2년 간 50%를 감면받는다. 여기에 재산세는 최대 7년간 전액을, 이후 3년간 50%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듬해 11월에는 수소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기술을 개발·실증하는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원이 산단에 들어섰다. 지난해 3월에는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대학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혁신도시에 문을 열면서 산·학·연 협력체계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발표한 ‘전국산업단지현황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나주 혁신산단의 가동률(가동업체/입주업체)은 61%로, 5년 전인 2018년(55%)보다 6%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용인원은 657명에서 777명으로, 18%(120명) 늘었다.

산단 발전의 잠재력은 높지만 한전 발주만 바라보는 상황이 지속하면서 오는 2025년 2월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 만료는 혁신산단 기업들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5년이었던 지정 기간은 2년으로 축소됐고, 연장도 한 번만 할 수 있게 했다.

김종순 나주혁신산단㈜ 대표이사는 “나주 혁신산단은 자생력을 키우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 산업단지관리공단과 같은 산단 총괄·관리 전담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마련된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지정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특별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4년째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은 에너지특화기업에 대한 실효적 지원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 우선구매 제도와 단지 활성화 전담기관 지정, 세제 지원, 입주기업 고용보조금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남은 전국 에너지특화기업 105개 가운데 가장 많은 51개사를 지니고 있다.

혁신산단 조성을 위해 나주시가 출자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 나주혁신산단㈜의 김종순 대표이사는 “나주 혁신산단은 지난 2014년 분양을 시작하고 10년이 되기 전에 99%에 가까운 분양률을 기록할 정도로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며 “기업들이 나주에 과감하게 투자한 건 한전을 필두로 조성된 빛가람혁신도시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의 발주 규모 위축과 유동성 위기, 대출 금리 인상 등 산단 기업들에 악재가 예고된다”며 “지역 기업 물품을 공공기관이 우선으로 사들이는 제도를 유지하는 한편, 혁신산단의 자생력을 키우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 산업단지관리공단과 같은 산단 총괄·관리 전담기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주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나주 혁신일반산업단지 조성 현황<자료:나주시·한국산업단지공단>

- 위치 : 나주시 왕곡면, 동수동 일원

- 면적 : 179만㎡(54만평)

- 사업비 : 3104억원(국비 534억원·시비 46억원·민자 2650억원 등)

- 사업기간 : 2008~2016년(2014년 10월 분양)

- 유치업종 : 전자부품·컴퓨터, 금속가공, 기계·장비제조 등

- 입주 기업 : 160개사 / - 고용 : 777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