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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사성암 대불상 설치, 솔로몬의 지혜를 - 이진택 동부취재본부 부국장
2023년 03월 20일(월) 17:45
이진택 기자
지리산 구례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는 인도의 승려로 한국 불교 화엄종의 시조이다. 이 스님은 서기 544년에 지리산에 4개의 사찰을 세웠다. 화엄사를 비롯해 아름다운 단풍으로 널리 알려진 피앗골의 연곡사, 가지산의 석남사와 수덕사의 견성암과 함께 비구니의 3대 가람인 산청의 대원사,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지리산 천왕봉 아래 법계사 등 유명 사찰로 지금도 부처님의 율법을 널리 펴고 있다. 또 섬진강 건너 화엄사와 마주하는 오산에도 ‘사성암’이라는 암자를 같은 해에 세웠다. 원효와 도선, 진각, 의상 등 네 명의 고승이 수도해 사성암이라고 하고 있으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창건주인 연기조사를 함께 해 오산의 ‘5성암’으로 이름을 다시 지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사성암은 뛰어난 풍광과 자연환경으로 불자들과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승지이다.

구례군은 이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커다란 부처상도 모실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래 오산 사성암은 2014년에 국가명승지 제111호로 지정돼 개발에 많은 제약을 받았지만, 정부에서 구례 군민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일부를 해제하면서 케이블카도 설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어 대불상 건립사업 사업도 구례군과 사성암이 관광과 포교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큰 부처상 설치 사업이 수면으로 떠오르자 일부 종교단체들이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갈등이 있는 상황이다.

기자는 십여 년 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할 기회가 있어 큰 예수상 즉 구세주 그리스도상을 본적이 있다. 이 건축물은 높이 710m의 코르코바두산 정상에 높이 30m, 대좌 8m. 양팔의 길이 28m, 무게 635t 규모의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그 예수상을 마주하는 순간 경이로움에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연간 200만여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했다. 구례에도 이런 예수상을 세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웠다. 또 베트남 호찌민시 인근 붕타우의 예수상을 보았을 때도 매우 놀랐다. 예수상의 몸속 계단을 통과해 양팔에 올라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 세계에 세워진 예수상과 부처상은 애초에는 종교적 목적으로 설치됐지만, 세월이 흐른 현재는 종교와 관광의 두 가지 역할을 크게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보면 부처상과 예수상이 설치된 지역과 국가의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나라에서는 조상을 잘 둔 덕이라고 한단다. 억측이지만 구례도 어디든 장소를 달리해서 예수상과 부처상을 세운다 한다면 이 또한 못할 일도 아닐 것이다.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면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조상 덕을 톡톡히 볼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모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할 때다.

/이진택 기자 li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