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인문학 10년 ‘또 다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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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인문학 10년 ‘또 다른 시작’
2012년 12월부터 매월 1회 정기강좌…내일 100기 맞아
‘인문택시’ 등 다채…지금까지 5000명 수강 시민과 공감
이달 강좌도 몸의 철학·하루키 월드·책읽고 글쓰기 등 풍성
2023년 03월 01일(수) 20:30
100기 정기강좌를 맞은 광주시민인문학은 그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광주시민인문학 제공>
어느 한 분야에서 10년간 한 우물을 파면 전문가가 된다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10년이라는 시간이 반드시 돈이나 눈에 보이는 성취로만 연계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는 없지만 묵묵히 10년을 지속해 인문학이라는 텃밭을 가꿔오고 있는 단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012년 10월 제1기 정기 강좌를 시작한 ‘광주시민인문학’(대표 명혜영·시민인문학)이 100기 강좌를 열게 돼 화제다.

전남대 정문 앞 카페 노블 2층. 시민인문학이 들어선 이곳은 다양한 책과 음악, 그리고 인문학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시민인문학은 그동안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매달 1회 정기강좌를 개설해왔다. 100기 강좌를 하는 동안 대략 5000명 정도가 시민인문학을 거쳐 갔을 것으로 추산된다.

“광주시민인문학의 모토는 리얼리티 인문학입니다. 물론 행동하기란 여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러나 나름대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은 자부하고 싶습니다.”

시민인문학의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사진 섭외, 회원 관리 등을 중추적으로 담당해온 신우진 사무국장은 “출발은 무모했지만 어느덧 100기라는 결과물을 손에 받아들다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춘 10년을 오롯이 바친 100기가 일종의 훈장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당초 시민인문학의 출발은 학문공동체 ‘무등지성’이었다. 지난 2012년 전남대와 조선대에서 강의하는 강사들이 대학에서 하지 못하는 인문학을 학교 밖에서 해보자는 취지로 의기투합했다. 당시 신 사무국장은 간사 역할로 참여를 했다. 이후 학문공동체는 변화를 맞게 되고 2015년 광주시민인문학은 협동조합이라는 법인격을 갖추는 변신을 시도한다. 광주전남 최초의 시도였고 당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대표를 맡고 있는 명혜영 박사는 “10년 전 출발해 100기가 된 지금은 하나의 종착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출발선에 선 것이나 다름없다”며 “인문학을 공부함으로써 사유하고 성찰해 통찰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고 밝혔다.

지금까지 시민인문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전체적으로 강좌는 내부강좌와 외부강좌, 공모사업 프로그램으로 진행돼 왔다.

내부강좌로는 ‘자본으로 철학하기’, ‘인문철학’, ‘인문택시’, ‘서양철학’, ‘동양철학’, ‘심리학’, ‘사회학’, ‘영화인문학’, ‘이론스터디’ 등을 진행했다. 외부강좌는 시민인문학이 찾아가서 진행한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푸른길 인문학’을 비롯해 ‘장애인 인문학’, ‘청소년 인문학’, ‘소외·취약계층 인문학’, ‘고려인 인문학’, ‘게릴라 인문학’ 등을 들 수 있다.

공모사업 프로그램은 시민인문학이 기획을 해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세대간 소통을 겨냥한 ‘세대공감 인문학’, 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양성평등 인문학’, 지역 공동체를 조명한 ‘글로컬 인문학’, 공동체 회복과 형성을 위한 ‘공동체 인문학’ 등이 있다.

가장 중점을 두는 프로그램은 인문적 글쓰기다. 자신의 삶을 언어로 풀어내 객관화하는 작업으로 미처 보지 못했던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10년이 넘게 ‘돈이 안 되는’ 인문학 단체를 끌어오면서 힘든 적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만만치 않은 비용은 조합원들의 회비와 약간의 후원금으로 충당해왔다. “인문정신을 전하기 위해 욕심을 자제하며 희생과 봉사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는 신 사무국장의 말에서 저간의 어려움이 읽혀졌다.

100기 강좌와 맞물려 제2의 출발, 또는 변신의 목소리도 있다. 강식 방식과 전달 방식, 연구 방향에서의 변화를 말한다.

명 대표는 “소수 정예와 동아리 형식을 매개로 수강생 중심 및 자유주제 리포트 형식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의 강의 전달 위주의 톱다운 방식을 탈피해 수강생들의 니즈에 맞춘 농동적인 형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3일 개강하는 100기 정기 강좌는 서명원 교수, 위상복 교수, 신광용 책임연구원, 진정한 이사 등 외부 강사진과 명 대표, 신 사무국장이 강사로 나서 ‘철학’, ‘책읽고 글쓰기’, ‘찾아가는 인문학’, ‘하루키월드’, ‘인문택시’ 등 다양한 강좌를 펼칠 예정이다.

앞으로 광주시민들과의 소통과 만남을 상정한 시민인문학이 150기, 200기를 향해 순항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 사무국장의 말이 오래도록 귀에 남는다.

“인문학을 매개로 다양한 시민들과 교류하고 협력하는 데서 나아가 인문정신으로 영감을 주고 받았으면 합니다. 서로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봐주는 진솔한 친구 같은 존재를 꿈꿉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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