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마음, 내가 돌보고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에 서린 추억과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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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마음, 내가 돌보고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에 서린 추억과 인연
이다희 지음
2023년 02월 24일(금) 07:00
인터넷 책 판매 사이트의 장바구니에는 오늘도 많은 책이 담겨 있다. 원하는 책을 속속 사들이면 좋으련만, 그걸 감당할 ‘돈’을 생각하며 몇 권만을 추린 후 슬그머니 사이트를 닫는다. 집 안에 쌓여만 가는 물건을 처분하는 것도 선택의 연속이다. 오래된 물건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도 같이 떠올라 쉽사리 버리지 못한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타인의 기원’ 등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 이다희의 에세이 ‘사는 마음-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는 소비와 소유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어딘가 화수분을 숨겨 둔 사람이 아니라면, 매월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이루도록 애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늘 사야 할 이유와 사지 않을 이유를 저울질 한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물건의 유용성과 가격, 쓸 수 있는 돈, 필요 등을 비교했다면 지금은 “추억의 가치, 브랜드의 윤리성, 환경이나 창작물의 가치 보호에 대한 개인적인 책임감”까지 더해져 저울질은 더 복잡해졌다고 말한다.

저자가 귀찮은 저울질을 계속하는 이유는 “이리 기울었다 저리 기울었다 반복하는 천칭은 나를 보여주는 것 같고, 더 구체적으로는 내가 세상과, 공동체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지 보여주는 것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돌보는 물건, 나를 돌보는 물건’, ‘충동이 없으면 지불하지 않는다’, ‘살기 위해 사고, 사기 위해 산다’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책, 의자, 신발, 가방, 식물, 웨딩드레스, 노트, 자동차 등 다양한 물건들이 등장한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사랑한 물건에는 추억이라는 이름의 영혼이 깃든다고 믿는 저자는 가장 소중한 순간을 선사해준 물건들에 대해 들려준다.

첫 번째 글은 아버지가 물려준 ‘책장’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을 번역의 세계로 이끌었던 아버지 고(故) 이윤기 번역가가 남긴 오래된 책장을 11년만에 처분하면서 그는 굳이 아버지의 책장을 내팽개치고 내 것으로 채우는 이유에 대해 “내가 나로서 홀로 서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사람이 홀로 선다는 것은 나를 아껴 준 사람의 물건과 작별하는 일이라면 곧 나를 아껴 준 사람의 영혼과 작별하는 일이기에 단번에 할 수 없고 세월이 필요한 일일 것”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또 작업용 책상으로 쓰는 6인용 식탁은 점점 낡아가지만 “물건을 돌보면서 쌓은 정은 첫눈에 반하던 순간의 짜릿한 희열을 능가하는 마음의 풍요로움, 안정감을 선사” 하기에 쉽사리 버리지 못한다.

추천사를 쓴 정여울 작가는 “반려 물건에 굽이굽이 서린 추억의 온기와 온갖 인연의 흔적을 따스하게 담아낸 책을 읽다 보면 은밀하게 박장대소하며 맞장구를 치고 싶은 대목들이 넘쳐난다”고 말한다.

<한겨레출판·1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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