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튀르키예 군인의 흑백 사진 - 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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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튀르키예 군인의 흑백 사진 - 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2023년 02월 17일(금) 00:15
2023년 2월 6일 새벽 4시께 남서쪽 시리아와 맞닿은 튀르키예 지역에서는 최근 100년간 가장 강력한 대지진이 발생하여 큰 재앙이 엄습했다. 지진 강도가 규모 7.8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32기를 동시에 터뜨리는 강도에 해당한다니, 기가 막히기도 하지만 상상도 잘 안 되는 파괴력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홉 시간 뒤에 또 다른 규모 7.5의 강진이 휘몰아쳐서 인구 200만 명인 가지안테프와 북쪽의 인구 40만 명인 카라만마라슈 도심을 덮쳤다. 피해 규모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서 수만 명의 희생자와 10만 명 가까운 부상자, 100만 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마치 성경에서 경고하는 마지막 환난이 임한 것처럼 두려움과 공포의 시간이었음을 전하는 현지인들도 있었다.

1999년 8월 17일 튀르키예 이즈미트 지역 대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그때 기사를 찾아보니 사망자가 공식 집계보다 많은 4만 5000명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 튀르키예가 막대한 피해를 입자 각국에서 구조대를 파견하고 지원금을 주었는데 특히 앙숙인 아르메니아가 그리스도 구조대를 파견했다. 튀르키예의 형제국인 아제르바이잔은 물론이거니와 대한민국, 독일, 러시아, 이스라엘, 영국, 스페인, 폴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헝가리, 프랑스, 일본,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이집트, 스위스, 아이슬란드도 구조대를 파견해 한 마음으로 잔해 속에 고립된 튀르키예인들을 구조했고 튀르키예인들은 이들 국가들의 노고에 감동을 느꼈다. 이외에도 인도도 튀르키예에 막대한 지원금을 제공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직접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

당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웠는데 튀르키예 내에서 부실공사 문제가 대두되었고 튀르키예 정부는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다. 특히 아파트와 같은 거주 공간들이 불법 건축, 기준 미달 건축, 부적합한 지반 위 건축, 건축 비용 절감을 위한 자재 횡령 등 부실공사 종합 세트로 지어진 덕에 사상자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되었다. 때문에 건설사에 집단 소송이 제기되었고 일부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었지만 상당수가 법 집행이 연기된 데다 2007년에 공소시효가 만료된 덕에 대부분의 책임자들은 책임도 지지 않은 채로 계속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지 23년 만에 또다시 이런 환난을 당하게 되었다. 이번 지진에 피해가 컸던 이유도 결국 마찬가지였다.

지인이 튀르키예 현지인 친구와의 영상 통화를 한 내용을 알려 주었다. 구호 물품이나 성금을 보내지 말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대부분 성금이 이재민에게 가지 않고 권력층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인의 의견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얼마나 안타까운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힘과 마음을 동원하여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도와 주어야 한다. 목마른 이에게 물 한 모금 닿을 수 있다면, 추위에 떨고 있을 사람들에게 작은 이불 한 조각을 덮게 할 수 있다면 구호품을 보내고 성금을 보내야 한다. 더군다나 형제 국가라 불릴 정도로 각별히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가. 망연자실한 그들의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전도서 11장에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 무슨 재앙이 땅에 임하는지 네가 알지 못함이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떡을 물 위에 던지라는 것은 내가 직접적으로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베풀라는 것이다. 멸망의 때, 난리와 재난의 소식이 있겠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고 복음서에 말씀하고 있다. 진정한 끝은 사랑이 식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독교인이 마지막 때에 끝까지 해야 할 것은 온정을 베푸는 것이다. 울더라도 씨를 뿌리듯, 오늘도 기어코 사랑을 이루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어려움을 당한 자에게 베푸는 것이 곧 예수께 한 것이라 말씀 하셨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튀르키예 군인이 한국 아이를 안고 있는 흑백 사진이 있다. 그리고 2023년 대한민국의 구조대원의 그 나라의 아이를 안고 있는 컬러 사진을 보았다. 70여 년 전 흑백사진을 컬러로 복원한 것 같은 느낌은 나만의 착각인 것일까. 튀르키예 국민들이 새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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