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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혈암(龍穴庵)-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3년 01월 16일(월) 00:30
용혈암지(龍穴庵址, 강진군 향토문화유산 제47호)는 강진 도암면 덕룡산 남동쪽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암자터다. 용혈(용굴) 일대에 조성된 용혈암은 강진 백련사 소속 암자로 고려 때 창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용혈암은 원묘국사 이래 정명국사와 천책국사, 진감국사 등 고려 8국사가 정진했던 공간이다. 당시 국사들의 법음(法音)을 들으려는 고관대작의 수레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용혈에는 고려 국왕이 하사했다는 금동향로를 보관했다는 기록도 있다.

한양대 정민 교수에 따르면 고려말 폐허로 방치된 용혈을 주목한 이는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한 다산 정약용이었다. 다산은 교분이 깊었던 고승 아암 혜장(兒庵惠藏)을 통해 천책국사의 ‘호산록’(湖山錄)을 접하면서 용혈과 인연을 맺었다. 다산은 천책의 풍모와 시문을 흠모해 해마다 봄이면 제자들과 용혈로 소풍을 갔다. 다산은 ‘제천책국사시권에서 “내가 다산(다산 초당)에 살게 된 뒤로부터 해마다 한 번씩 용혈로 놀러 왔는데, 천책이 남긴 향기를 맡아보기 위해서였다”고 고백한다.

용혈암지에서는 2013년 발굴 조사 결과 20여 점에 달하는 청자불상편이 출토됐다. 불두와 불수, 나한상, 동자상 등이다. 고려 불교 성지로 국사들이 머물렀던 암자의 위상을 엿보게 하는 유물이다. 청자의 고장답게 수행 공간에서도 청자 부처를 모셨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용혈암지는 문학사적 가치도 남다르다. 정민 교수는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단일 암자로 관련 기록이 집중적으로 남아 있는 경우는 용혈암이 유일하다”고 강조한다. 다산이 남긴 ‘용혈행’(龍穴行), ‘유용혈기’(游龍穴記)와 다산의 외손자인 윤정기의 ‘유용혈’(遊龍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강진군이 ‘용혈암지 보존과 활용을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용혈암의 옛 위상을 재정립해 전남도 지정문화재로 승격시키기 위해서다. 백운동 원림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명승으로 끌어올린 강진의 두 번째 역사 재조명 프로젝트다. 군과 지역 사회의 관심이 용혈암의 전모를 복원하는 단계까지 이어졌으면 한다.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