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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 채정 “결핍 너머 긍정의 세계 그리고 싶었죠”
첫 소설집 ‘나는 나를 포기할 권리가 있다’ 펴내
원주 토지문화관 입주작가로 활동
뮤지션 애환 담은 연작소설 계획도
2022년 12월 04일(일) 20:35
“소설을 쓴다는 건, 외롭고 지친 영혼이 내 몸 밖으로 나가 스스로 만든 족쇄를 하나하나 풀어내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은 왼쪽 귀퉁이를 풀고 내일은 오른쪽 귀퉁이를 풀어 활자화시키는 그 일련의 행동의 되풀이가 아닐까 하고.”

소설집을 펴내는 이의 ‘작가의 말’은 왜 작품을 쓰는지 속내를 담고 있다. 기자로서 소설보다 더 읽고 싶은 글이 바로 작가의 말이다.

지난 2021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고선’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던 채정(본명 김정숙) 작가. 늦깎이로 신춘문예를 통과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당시 채정 작가는 당선소감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이제 시작이다. 인생의 유턴시점을 찾았다. 밤마다 꿈속에서 소설을 썼다. 현실에서는 막히는 문맥이 술술 풀렸다. 꿈속에서의 글쓰기는 매번 만족스러웠다. 꿈은 꿈일 뿐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어도 깨어났을 때의 안타까움은 컸다.”

‘유턴시점을 찾은’ 그 속도감으로 채정 작가는 그동안 바쁘게 글을 썼다. 더욱이 등단 첫 해 7편이나 청탁을 받아 발표했다는 것은 행운과 열정이 맞아떨어진 경우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작가는 “책임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는 말로 작품집 ‘나는 나를 포기할 권리가 있다’(푸른사상) 출간 소식을 알려왔다. 이번 소설집에는 등단 이후 비교적 빠른 시간에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책을 펴낸 작가의 내공이 투영돼 있다.

현재 작가는 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 입주 작가로 선정돼 부지런히 글을 쓰고 있다. 레지던시 입주 작가의 장점은 “일단 잡다한 집안 일에서 놓여나 집중도가 높아” 글을 쓰는 데 유리하다는 점이다. “집안 일에서 놓여나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는 말에서 창작 몰입에 대한 열망이 읽혀졌다.

그는 같이 입주한 작가들이 열심히 쓰는 걸 보면 덩달아 시샘이 나 글을 쓰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밖에 소설뿐 아니라 시나리오나 시, 평론, 동화 등 다양한 작가를 만나 교류하는 것도 과외의 기쁨일 것이다.

이번 소설집은 전체적으로 부재와 결핍의 현실을 딛고 긍정을 지향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예술가는 특히 소설가는 삶의 현장에서 이런저런 결핍을 모티브 삼아 자신만의 서사를 일궈내는 사람들이다. 타자의 고통이든 자신의 아픔이든 그것은 글쓰기를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기제다.

표제작 ‘나는 나를 포기할 권리가 있다’는 소설은 80년 오월 당시 시민군으로 도청을 사수했던 지인을 취재해 완성한 작품이다. 사실과 허구를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했다.

“무기를 책임졌고 간첩단으로 몰리기까지 한 부분만 사실이고 나머지는 허구다. 당시 국가유공자가 된 사람들이 적지 않고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고 가정했을 때의 상황을 유추했다. 김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그 상황을 인지하게 했고 결국 유공자증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지인에게 스토리를 말한 뒤 의견을 물었다. ‘괜찮다’는 허락 하에 쓰기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조심스러웠다. 당시 희생자나 생존자의 뜻에 위배되는 건 아닌지 고민도 많이 했다.”

작가는 “‘포기’라는 말은 어쩌면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사실 문학적 의미에서 포기는 역설적 의미를 함의할 때가 더 많다.

늦깎이 작가로 등단한 것에서 보듯 채정 소설가는 등단 이전에는 다른 활동을 했다. 음악과 관련한 일이 그것이다. (기대에 부응할 만한 활동을 한 건 아니지만) 음악을 좋아한 나머지 오랜 세월 합창단에 소속돼 있었다. 중창단을 결성해 활동도 했었다. 그러다 산사음악회나 고택체험행사의 음악회에 초대돼 솔로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얼마 전 진행한 북콘서트에서 일반적인 개념이 아닌 음악회 형식을 가미한 콘서트를 열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성향을 북콘서트에 접목해”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노래가 시작하기 전 낭송가가 적당량의 문장을 낭송한 뒤 노래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생각보다 관객들의 호응도가 컸다는 후문이다.

앞으로 그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삶과 애환 등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낼 계획이다. 일반인들이 음악을 통해 위안을 받는다는 내용의 연작소설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소설을 쓰는 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일련의 행위를 멈추지 않기 위해 보고 느끼고 상상하는 것에 시간의 더께가 더해지면서 점점 밝아지고 깊어질 눈을 기대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