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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론-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2022년 11월 08일(화) 00:15
조선의 건국 공신인 삼봉 정도전(1342~1398)은 자신이 편찬한 조선경국전에서 현재의 국무총리급인 재상에 대해 “임금을 보필하지만, 임금이 옳은 일을 하면 적극 따르고, 옳지 않은 일은 끝까지 거부해서 막아야 한다”고 했다. 또 권한이 막강한 만큼 상응하는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기술했다. 재상이 임금을 실질적으로 대행하는 사람인 만큼 실정(失政)으로 인해 천재지변이 일어날 경우, 재상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신의 영달만을 추구한다면 자신의 직책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국가 경영에 있어 재상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같은 정도전의 ‘재상론’(宰相論)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현실을 재조명하고 있다. 한 총리는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지난 1일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농담을 하며 가볍게 웃는 모습을 보여 국민적 공분을 샀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국가적 재난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국무총리로서의 역할을 망각했다는 것이다.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이태원 참사에서 14개국 26명의 외국인 희생자가 있었다는 점에서 외교적 결례이자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한 총리로선 의도치 않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무총리의 언행은 그리 간단치 않다.

한 총리는 그동안 국정 전반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요약되는 복합 경제 위기 국면에서 국정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내각과 관료 집단 안팎을 다잡는 등 집권 초반의 국정을 제대로 리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그림자에 가린 그의 모습은 오히려 관료 사회의 복지부동화를 가속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한 총리 경질론은 포스트 추모 정국의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의 거취 결정은 정국의 향배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윤 대통령의 그림자에 기대어 위기 국면을 넘길 것인지, 한 나라의 재상으로서 모든 것을 안고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오는 결단을 내릴 것인지 주목된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