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불립(無信不立)-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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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無信不立)-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2년 09월 28일(수) 00:45
공자는 정치의 가장 큰 자산을 백성들의 믿음이라고 했다. 공자와 제자 간의 대화를 담고 있는 논어(論語) 안연(顔淵)편 7장에 ‘백성들은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게 된다’(民無信不立)는 구절이 있다. 공자는 그의 제자인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식량이 족하고 군대가 충실하면 백성들이 정부를 믿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자공은 그 셋 중에 부득이 버려야 하는 것을 물었고, 공자는 군대, 식량의 순으로 버려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고로 사람은 누구나 다 죽지만, 백성들은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치는 신뢰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듯하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지만, 현 정부와 여야 정치권 모두 ‘민생’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유가와 환율·금리 등의 삼중고로 인해 민생 회복은 더디기만 하고 물가까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민생에 대한 해법은 없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질만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영빈관 건립’ 과 ‘외교 참사’ 등의 논란으로,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당 대표 문제로 연일 내홍을 겪고 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뚜렷한 민생 해법 없이 현 정부와의 대립각만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어려울수록 국민을 위로하고 민생을 돌봐야 할 정치권의 극한 대립에 이제 국민들도 실낱 같은 기대감마저 포기하는 것 같다.

정치권에 대한 냉랭한 민심은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은 대한민국 정치의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 민심도 민주당과 지역 정치권에 대해 실망감을 넘어 무관심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3월 대선에서 광주는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가장 높은 투표율(81.5%)을 기록했지만, 6월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최저 투표율인 37.7%를, 8월 전당대회에서 광주의 권리당원 투표율은 34.18%에 그쳤다. 믿음은 쌓기 어려워도 잃는 것은 순간이다. 정치의 큰 자산은 신뢰다. 정기국회에 임하는 정치인들이 다시 한번 무신불립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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