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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임동욱 선임기자·이사
2022년 09월 27일(화) 01:00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의 업무와 예산 집행 등을 점검하는 국정감사를 ‘국회의 꽃’이라고 한다. 날카로운 질의를 통해 민심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고 국정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비위와 부조리를 밝혀내면서 국민적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자리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시대와 현상을 바라보는 지혜로운 시선과 전문성을 선보일 수 있어 정치적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과거 국감에선 숱한 스타 국회의원들이 탄생하고 베일에 가려져 있던 사건의 내막이 파헤쳐지면서 시대의 흐름이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국감의 역동성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흐트러진 국정을 바로잡는 국감의 기본 원칙이 실종되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되면서 파행이 속출하고 호통이 난무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정치 공세만 부각되고 있다. ‘민생의 파수꾼’보다는 ‘정치적 호위 무사’들의 목소리가 크다 보니 정쟁을 피하기 힘든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정치적 공방에 묻혀 피감 기관도 ‘오늘만 넘기자’라는 식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감이 ‘맹탕’ ‘호통’ ‘졸속’ 등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다음달 4일 시작되는 국감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당장 국감 증인을 둘러싸고 여야는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에 이어 건진법사까지 증인 신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필두로 전직 장관들은 물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인 김혜경 씨, 대장동 관련 인사들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증인 신청이 이럴 정도니 역대급 ‘막장 국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진과 함께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연일 치솟는 물가·금리·환율 등으로 민생이 점차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이는 이번 국감이 달라져야 하는 최소한의 이유이자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책무다. 이번 국감이 민생의 버팀목이 되면서 정치의 품격을 높이고 내일의 희망을 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임동욱 선임기자·이사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