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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라는 세계 - 석주연 지음
2022년 09월 23일(금) 20:00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하이데거의 말이 있다. 그만큼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정체성, 존재 방식을 규정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사고를 결정하는 것은 언어다.

우리 안의 언어, 우리 밖의 언어에 대해 조명한 ‘언어라는 세계’는 우리의 언어를 한번쯤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석주연 조선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펴냈으며 석 교수는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흔적들을 촘촘히 꿰어온 한국어에 관심이 많다.

저자는 90년대 후반 영국 런던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일이 있다. 당시 저자는 유럽에 머문 덕분에 적은 비용으로 유럽 몇 나라를 배낭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서 뜻밖의 일을 경험했다.

저자와 일행을 보던 그리스 할아버지 두 분이 “한국 사람, 빨리빨리, 빨리빨리!”라고 말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담배를 피면서 저자 일행을 보고 그렇게 ‘빨리빨리’를 외쳤다고 한다.

저자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사고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책에는 몇 가지 근거가 제시돼 있다. 그 가운데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언어에는 ‘왼쪽’, ‘오른쪽’ 개념이 없으며 이들은 ‘동서남북’ 방위만을 사용해 공간과 방향을 표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컵을 왼쪽으로 조금만 옮겨줘”라고 표현할 것을 이들은 “그 컵을 남남북쪽으로 옮겨줘”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하나의 틀에 고정화된 사람은 그 틀이 감추고 있는 측면에 대해선 잘 모를 수 있다. 즉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가 요구되는 이유다. <곰출판·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