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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을 비문으로 적는다 - 김혜천 지음
2022년 06월 17일(금) 19:00
시를 정의하는 고전적인 말은 많다. 그러나 일반적인 정의를 넘어 시는 시인이 지향하고 그리는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는 데 있다. 규정할 수 없는, 그래서 그 함의가 모호하면서도 나름의 질서를 추구하고 있는 시는 오래도록 시선을 붙든다.

“내 안에 나를 일으켜 세우는 불꽃이여 닿을 수 없어 더 닿고 푼 그대여.”

‘시인의 말’에서 느껴지는 건 거대한 시의 저수지가 연상된다. 닿을 수 없지만 끝끝내 닿고 싶은 시 세계 내지는 시인의 상정하고 있는 어떤 이상적인 상황일 수 있다. 그 안에는 포괄할 수 없는 뜻과 상징, 비유와 수사 등이 한데 얽혀 있기 마련이다.

제2회 시산맥 창작지원금 공모당선시집으로 출간된 김혜천 시인의 시집 ‘첫 문장을 비문으로 적는다’는 한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성을 내재하고 있다. 오민석 문학평론가의 표현대로 “시인은 세계의 유동성에 주목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세계는 겹 제곱 방정식처럼 증식한다. 동일성의 문법을 깨뜨리는 세계는 탄생의 새로운 문턱에 있다”는 것이다.

오 평론가의 지적처럼 시인의 언어는 경계를 넘어가고 완결성을 거부한다. 아마도 그 때문에 표제시를 ‘첫 문장을 비문으로 적는다’로 내세웠을 것 같다. 시는 오래도록 반복해서 읽어야 그 의미에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다. “문장은 나에게 온 이 문장은/ 선사시대를 헤엄쳐 온/ 해독되지 못한 아삭 직전의 물고기/ 붉은 통점이 파닥파닥 잠을 깨운다…”

한편 ‘시문학’으로 등단한 김혜천 시인은 2020년 푸른시학상을 수상했으며 다도인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산맥·1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