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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사회-송민석 수필가·전 여천고 교장
2022년 05월 11일(수) 00:15
보수든 진보든 상대의 씨를 말리겠다는 발상은 ‘복수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말 중 하나인 우분투(UBUNTU)는 반투족의 인사말이다.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우분투의 핵심이다.

27년간의 감옥 생활 끝에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고,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넬슨 만델라가 복수에 방점을 뒀다면 남아공은 흑백 간의 갈등으로 피의 보복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정의는 권력을 가진 자가 독점하는 전유물이 아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가 모두 새겨야 할 대목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부의 대물림과 학벌의 대물림이 이어지는 현대판 신분 사회다. 이를 그린 드라마가 바로 2019년에 방영된 ‘스카이 캐슬’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지배 엘리트의 부도덕하고 끝없는 욕망을 보면서 다다를 수 없는 좌절과 충격,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사회 양극화 문제는 일하지 않고도 신분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계층의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부익부 빈익빈이 세계적인 현상이라지만 한국은 유독 그 정도가 심하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불평등의 근원은 부동산에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의 부동산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치가 있다. 일본 리쓰메이칸대 이강국 교수는 한국은 상위 1%가 전체 부동산의 55%, 상위 10%가 전체 부동산의 96.4%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우리 기업 중에 전설로 남은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는 ‘기업의 주인은 사회’라는 신념의 소유자였다. 그는 1969년에 회사의 경영을 가족에게 상속하는 대신 전문 경영인에게 물려줌으로써 가족 세습 경영의 폐단을 최초로 끊었다. 전 근대 사회인 17세기에도 부의 본질을 깨달은 경주의 최부자 같은 이들이 있었다.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했던 이들 말이다.

UN에서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 2016’에 따르면 행복지수 1위 국가는 덴마크다. 그들이 큰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은 평등 사회라는 점이다. 덴마크는 빈부격차는 물론 직업의 귀천도 느낄 수 없는 ‘평등과 신뢰’가 깔린 사회다. 필자가 덴마크의 한 교장실을 방문 했을 때 그들은 ‘교장 선생님’이란 호칭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미스터 토마스(Mr. Thomas)와 같이 교장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모든 기관장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덴마크에서는 신분상 차별을 받지 않는 사회다. 국회의원들도 손님이 방문하면 본인이 직접 접수대에 나와서 손님을 맞이하고 자신의 작은 방에서 음료수를 대접한다고 한다. 국회의원은 특별한 직업이 아니다. 택시 기사들도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의사, 변호사 친구들과도 주눅 들지 않고 잘 어울리며 살아가는 나라가 덴마크다.

그에 비해 우리 사회는 어떤가? 한국은 제도로서 민주주의는 배웠으나 일상생활에서 민주주의는 아직 정착되지 못한 상태에 있다고 본다. ‘내가 먼저’라는 강박관념이 깊이 자리하고 있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정신이 부족하다. 이처럼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아직도 ‘갑질 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자신을 다른 사회 구성원과 끊임없이 비교해 가면서 남을 이기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많다”라는 게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지적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요즘 인사청문회를 보면 우리와 전혀 다른 세상이 있는 듯하다.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