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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값 급등에 인력난까지 ‘건설업계 비명’
코로나에 외국인 근로자 수급 차질·중대재해법에 건설업 기피
광주·전남 건설사 웃돈 주고 인력 모셔가기 ‘스카웃’ 경쟁 치열
2022년 04월 21일(목) 20:20
광주건설현장 모습. <광주일보 자료사진>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일손은 부족한데 정작 일 할 사람은 구하기 힘듭니다.”

전남의 한 토목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현장소장 A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기존보다 현장에 투입할 인력은 더 많아졌는데, 일을 할 사람들은 한정돼 있어 곳곳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웃돈’을 주고 인력을 채용하는 사례도 빈번해 인건비 역시 덩달아 오르고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단순 근로자는 물론, 기술인력과 현장을 책임질 소장급 등 관리자까지 모든 인력이 부족하다”며 “부족한 인력을 서로 채우기 위해 최근 지역건설업계에서는 다른 회사 직원을 ‘스카웃’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지역 건설현장이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등으로 건설자재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현장 인력부족까지 겹쳐 지역 건설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1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근로자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건설현장 업무를 기피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전반적인 일손 부족 사태가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외국인 인력이 건설현장 필수 자원이 되는 등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코로나19 이후 근로자의 입국은 여전히 더뎌 인력수급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건설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건설근로자공제회의 ‘2022 건설 근로자 수급 실태 및 훈련 수요 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체 건설현장의 외국인 인력 비율은 16.7% 수준으로 약 32만명 규모로 추산된다. 반면 올해 건설근로자 내국인력 부족인원은 21만여명에 달한다.

또 오랫동안 일해왔던 숙련된 고령의 근로자들은 계속해 건설현장을 빠져나가고 있지만, 젊은 연령의 근로자들은 공사현장 업무를 기피해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중대재처벌법이 시행되면서 현장의 안전·보건 전문인력 수요가 급증한 데다, 안전사고 발생에 따른 부담감이 커지면서 관리자급 인력들이 건설현장을 떠나는 사례가 겹친 것도 인력난 사태에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전남의 한 종합건설회사 대표는 “현장의 안전을 책임질 전문인력을 채용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며 “현장의 간부급 직원들은 오히려 현장을 떠나고 있어 인력난이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은 없고 공사기간은 맞춰야 하는 탓에 광주·전남 건설업계에서 최근 현장소장급 등 전문인력을 빼가기 위한 ‘스카웃’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보다 많은 급여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인건비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방의 건설현장은 인력수급난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지역 건설업계의 하소연이다. 인력부족 사태가 국내 건설업계 전반의 문제가 되자 수도권 현장 등 대형건설사들이 ‘웃돈’을 주고 인력을 채용해 기존 지방의 인력도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의 한 주택건설회사 대표는 “경기도의 한 대기업 건설현장에서는 기존 14~16만원이던 단순 업무 근로자의 하루 일당을 18~19만원으로 높여준 것으로 안다”며 “숙식도 무료로 제공하는 탓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방으로는 아예 오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인력부족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건설업계의 인건비도 점차 오르는 분위기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알루미늄폼 시공 인건비는 최근 1년 전보다 30% 상당 올랐고, 재래식 형틀 작업 인건비도 15% 증가했다. 철근 시공도 10% 올랐다.

광주지역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 치솟고 인력부족으로 인건비마저 올라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다”며 “저가 수주 경쟁으로 하청을 받아 공사를 하고 있는 전문건설업계는 원청이 인건비와 원자재 값을 반영해주지 않으면 당장 도산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