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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창업 이제 그만…기술로 승부해야 성공”
광주·전남 중장년 36% 미취업
숙박 음식업 창업률 지난해 최고
경쟁력 없는 창업 폐업 잇따라
2021년 12월 27일(월) 00:00
탄탄한 기술력과 준비과정을 기반으로 40~50대 창업에 나선 이승현(50·왼쪽) 케레스 주식회사 대표와 송민기(43) 바오파니 대표.
100세 시대, 부실한 노후 안전망에 광주·전남지역 중장년 세대가 흔들리고 있다. 광주·전남 40세 이상 중장년의 숫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0명 중 3명 이상이 미취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의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위한 재취업·창업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최근 만 40세∼64세 내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중·장년층 행정통계’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중장년의 35.5%에 달하는 44만6000명이 미취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광주·전남지역 중장년층의 숫자는 광주 57만2000명·전남 68만5000명 등 125만7000명이었다. 이는 전년에 비해 각각 1500명(0.3%), 3700명(0.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지역 중장년 가운데 미취업자 비중은 광주 32.7%(18만7000명), 전남 37.8%(25만9000명)에 달했다.

매년 중장년 층의 숫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10명 중 3명 이상은 직장이 없는 셈이다. 특히 등록취업자 가운데서도 광주 6만4000명, 전남 7만7000명 등 14만1000명은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9년까지는 취업해 일을 하다가 지난해 미취업 상태로 돌아선 광주·전남 중장년은 8만4000명(광주 3만8000명·전남 4만6000명)에 달했다. 2년 연속 미취업 상태를 유지하는 이들도 36만3000명(광주 15만명·전남 2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탓으로 해석된다.

일을 해서 벌어들인 돈이 없어 근로·사업소득이 아예 없는 중장년 비율도 광주 22.5%, 전남 28.0%에 달했다.

이처럼 중장년에게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로 창업을 택하는 사례가 잇따른 통계로 이어졌다. 하지만, 충분한 계획과 준비가 없는 창업은 오히려 ‘레드오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전통서비스업의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치킨 창업의 경우 광주·전남은 과밀화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기준 치킨집 1곳당 인구 수는 광주 1338명·전남 1321명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난 속에서 지난해 광주·전남지역 숙박·음식업종 창업률은 25.6%로, 최근 5년(2016~2020년) 이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창업률은 제조업(10.2%)과 운수·창고(10.8%), 기타 서비스(18.3%), 도·소매(18.3%) 등 다른 업종 창업률을 크게 웃돌았다.

숙박·음식업종 창업률이 높은 것은 전문 기술이나 경험 없이도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쟁력 없이 창업에 뛰어들면서 폐업도 쉽게 이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탄탄한 기술력과 업종 간 경쟁력 비교, 시장 조사 등의 준비 과정이 꼼꼼하면 중장년의 창업도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치킨집 1곳당 인구 수는 광주 1338명·전남 1321명이었다.<자료:통계청 데이터센터>
2년 전 광주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245에 마련된 ‘중장년 기술창업센터’에 둥지를 튼 케레스 주식회사 이승현(50) 대표는 제과업체에서 25년 동안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공식품을 개발해 농림축산식품부 ‘고령친화 우수식품’에 선정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가속도를 붙여 전국 노인요양시설을 공략한 결과, 올해 2억원의 매출을 내며 전년의 4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창업 2년차인 송민기(43) 바오파니 대표는 30대에 인터넷 의류 쇼핑몰을 운영했지만, 뼈아픈 실패를 맛봤다. 그는 당시 실패를 교훈 삼아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직업훈련학원에 다니며 3D 웹 콘텐츠 과정을 수료한 뒤 중장년 기술창업센터 도움을 받아 직원 4명을 거느린 어엿한 사장이 됐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중장년 기술창업센터에 입주한 기업은 23개사로, 정보기술(IT·35%)과 제조업(27%) 비중이 60%를 넘는다.

이들 기업은 올해 평균적으로 1억41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총 매출액은 32억5600만원으로, 전년(12억원)보다 2.7배(171.3%) 증가한 것이다.

정동한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 수석은 “숙련된 영업력과 인력망을 보유한 중장년층이 정년(停年)에 가로막혀 한창 일할 나이에 쉬운 창업이나 맹목적인 재테크에 매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중장년 창업을 계획한다면 꼭 정부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입주공간과 세무·회계·마케팅 교육 등 창업지원 문을 두드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