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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숙 작가의 삶과 문학] 치열한 역사의식 오롯이 담아낸 문단의 큰 어른
‘녹두장군’ ‘자랏골의 비가’ 등
생생한 민중 목소리 작품에 투영
2021년 12월 06일(월) 22:40
5일 별세한 송기숙 작가는 남도뿐 아니라 한국 소설문단에 큰 족적을 남긴 문단의 큰 어른이자 많은 후학들을 길러낸 스승이었다. 또한 고인은 민족 문학에 뿌리를 내린 우리시대의 마지막 리얼리스트였다.

고인은 1961년 전남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1964)을 졸업했다. 1965년과 1966년에 ‘현대문학’에 평론 ‘이상서설’, ‘창작과정을 통해 본 손창섭’이 추천돼 문단에 나왔다. 이후 1966년 단편 ‘대리복무’로 재등단하는 등 소설가로서도 첫발을 내디뎠다.

그의 창작활동은 반독재 민주화 투쟁과 병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사회 모순을 개선하려는 비판적 인식과 행동은 고스란히 작품에 투영됐다. 다시 말해 그의 소설은 지배계층 억압에 신음하는 민중들의 목소리를 작품에 담으려는 문학적 실천으로 수렴됐다.

‘송기숙 삶과 문학’을 펴낸 바 있는 조은숙 박사는 “선생님은 특히 교육과 시대정신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며 “시대의 모순은 사회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작가적 신념을 견지했다”고 밝혔다.

대하소설 ‘녹두장군’은 부패한 봉건 사회에 대한 민중의 분노를 소설로 형상화한 대표작이다. 작가는 힘 없고 이름 없는 민중들을 역사의 전면에 내세워 역사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전봉준은 탐관오리 조병갑의 죄상을 폭로하고 ‘제폭구민(除暴救民·포악한 것을 물리치고 백성을 구원함)’의 기치를 든다. 신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관군에 맞서기 위해 사발통문을 돌리고 죽창으로 맞서는 결기를 보인다.

‘자랏골의 비가’도 고인의 문학세계와 삶의 지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왜곡된 현실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식은 생전의 작가가 추구했던 정신과 맞닿아 있다. 특히 전라도 방언과 자유자재로 구사한 만연체 문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역동성을 발휘한다.

이밖에 소설집 ‘백의민족’, ‘도깨비 잔치’, ‘개는 왜 짖는가’ 등과 장편 ‘암태도’, ‘은내골 기행’, ‘오월의 미소’ 등에서 보여주었던 치열한 문제의식과 소설적 성취는 간단치 않다.

고인은 1973년 현대문학상을 비롯해 만해문학상(1994), 금호예술상(1995), 요산문학상(1996) 등을 수상했다.

동향 출신인 한승원 소설가는 “고인은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작가의 삶을 살아왔다”며 “엄혹한 시대 독재체제에 항거한 탓에 고문과 투옥 등을 당했고, 그 후유증으로 생을 마감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함께 70년대 동인활동을 했던 문순태 소설가도 “남도는 원래 시문학이 강했지만 송 교수 이후로 소설문학의 지형이 폭넓게 넓혀졌다”며 “무엇보다 민족문학의 뿌리를 굳건히 내린 분이었는데, 별세 소식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