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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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지역’
2021년 10월 20일(수) 02:00
화순군 북면에 있는 아산초등학교가 전국적으로 관심을 끈 적이 있다. 2019년 11월, 이 학교가 입학생이나 전학생에 관계없이 그 가족에게 무상으로 집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아산초등학교는 그동안 주변 분교 네 곳과 통폐합을 했지만 전교생은 27명에 불과했으며, 당시 6학년생 열 명이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신입생 두 명을 포함해도 이듬해인 2020년에는 전교생이 19명으로 줄어 폐교 위기의 상황 이었다.

백아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어 공기가 좋고 천연잔디 운동장을 갖춘 데다, 전교생에게 개인 태블릿PC를 지급할 정도로 교육 환경은 좋았지만 학생 수 감소는 막을 수 없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은 무상주택 카드였다. 학교·교육청·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비어 있는 교직원 관사를 개조한 뒤 두 가구가 살 수 있는 주택으로 만들어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하자 국내는 물론 캐나다·뉴질랜드에서까지 문의가 쏟아진 것이다. 학교 측은 다자녀가정에 우선 배정한다는 원칙 아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쌍둥이 가족에게 입주권을 줬다.

이 학교의 실험은 성공했지만 아직도 전남 농어촌의 인구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남은 하루 평균 65명꼴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들로 인해 18세~39세 청년 인구도 전국 9개 도 가운데 가장 적은 실정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8년 처음으로 ‘소멸위험지수’를 공개했는데 전남이 0.47로 1위를 차지했다. 소멸위험지수는 20세~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비율로 수치가 낮을수록 소멸 위험이 크다는 말이다. 전남은 22개 시군가운데 16개 시군이 1.0 이하 소멸위기지역으로 분류됐다.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을 처음으로 지정해 그제 공개했다. 인구증감률과 고령화 비율 등 8개 지표를 근거로 소멸위기에 처한 시군구 89곳을 지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남이 16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정부는 매년 1조 원의 기금을 투입해 소멸을 막아 보겠다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보다는 수도권 집중화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더 절실해 보인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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