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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초대전, 무등산이 한눈에 ‘뭉치산수’
31일까지 국윤미술관
2021년 10월 14일(목) 00:00
‘뭉치산수-여름산’
조근호 작가는 오랫동안 ‘도시’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대표 시리즈인 ‘도시의 창’ 연작은 창 이편과 저편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 소통하며 다양한 화면을 만들어냈다.

그의 작업실 창밖으로는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20년 넘게 무등산은 그 자리에 있었는데, 유독 지난해 무등산이 마음에 들어왔다. 코로나 19라는 상황, 새로운 작업에 대한 고민 등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그 때 무등산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무게감, 부피감, 뭉뚱함 등을 나타내는 ‘뭉치’였다. 무등산 속에는 계곡도, 나무도 있겠지만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로 보였다.

국윤미술관(관장 윤영월) 기획 초대전으로 열리고 있는‘뭉치산수’전(31일까지) 에서 만나는 작품들이 고민의 결과물이다. 한번도 화제(畵題)로 생각하지 못했던 무등산은 ‘뭉치산수’의 모태이자, 소재가 됐고 자연 심상과 도시 일상이 하나로 어우러진 작품이 탄생했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국윤미술관이 바로 무등산 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음은 또 다른 인연이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다양한 면 분할을 통한 독특한 화면구성이 인상적이다. ‘뭉치산수-무등제색’ ‘뭉치산수-여름산’ 연작은 정제되고 간결한 산의 형세와 풍경, 다채로운 색감이 어우러졌다. 멀리 보이는 무등산과 도청의 은행나무, 봄날의 화사한 꽃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오월 푸르른 날에’, 강렬한 검은 반달이 인상적인 ‘달을 탐하다’, 기존 ‘도시의 창’ 느낌의 소재를 ‘뭉치산수’로 재해석한 ‘여름’ 등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기존 작품보다 추상성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지는 신작들은 자유로운 화면구성과 배치로 신선함을 전달한다.

색다른 조형성과 함께 그의 작업에서 돋보이는 건 화려한 색채다. 작업 초창기, 바위같은 묵직한 느낌의 무채색을 즐겨사용했던 그는 봄날의 ‘살랑거림’같은 느낌을 화면에 담고 싶어 이후 색채에 변화를 줬다. ‘뭉치산수’에서는 ‘도시의 창’ 연작보다 색의 순도를 높여 생동감을 극대화시켰다. 오방색을 염두에 두고 검정색을 바탕에 깔아 작품의 무게 중심을 잡은 후 초록, 주황, 노랑 등 다양한 색감들을 적절히 배치해 화사한 화면을 선사한다.

마치 ‘일기를 쓰듯’, 일상에서 소재를 찾은 그에게 ‘뭉치산수’는 수많은 주제로 확장될 터다. 조 작가는 “산과 도시 등 눈에 보이는 형태 등으로 뭉치산수를 시작했지만, 앞으로 이야기, 철학, 생각의 뭉치들도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호 평론가는 전시도록에서 그의 최근 작품에 대해 “다른 듯 같은 천지간의 공존요소들을 본래 형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재해석하면서 조화롭게 펼쳐낸 그림들”이라고 설명했다.

조선대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한 조 작가는 지금까지 26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제5회 광주신세계 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선과 색, 한국전업미술가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