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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양림동처럼 감성 충전소로-최영태 전 전남대 인문대학장
2021년 09월 01일(수) 05:00
최영태 전 전남대 인문대학장
‘1박 2일은 너무 짧은 것 같아. 제대로 느끼려면 한 달은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어느 여행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여행자가 한 달간 머무르고 싶다는 장소는 어디일까? 놀랍게도 우리 고장 양림동이다. 양림동을 다녀간 여행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오래 머무르고 싶다’였다.

양림동 여행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도대체 양림동은 어떤 매력이 있길래 한 달간 머무르고 싶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았다. 양림동은 화려하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편한 곳이라고 한다. 내 고향 같은 곳이라고 한다. 양림동에는 사직공원을 배경으로 미술관과 갤러리, 카페, 맛집 등이 즐비하다. 게다가 스토리를 가진 외국인 선교사들의 사택, 정율성 생가, 최승효·이장우 가옥, 최홍종 목사·조아라 여사 기념관 등 고택과 기념관이 많이 있다. 모두 우리 역사와 선배들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그래서 그곳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고 이야기하는가 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양림동은 여행자들의 감성 충전소이다. 펭귄마을의 고무줄놀이가 그려진 벽화 앞에 서면 뛰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낡고 오래된 건물을 보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소환된다. 시인 김현승의 마을 양림동은 여행자에게 잠시나마 시인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최홍종 목사와 조아라 여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감동이 다가온다.

요즘 학교에서는 공간 재구조화 사업이 한창이다. 우리 교육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쉼터, 놀이터, 미래 교실, 도서관 등을 새로 짓거나 편리한 환경으로 개조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지만, 교육으로 행복한 세상을 추구하는 게 우리 모두의 꿈 아닌가.

만약 학교 공간 재구조화 사업이 양림동을 닮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구조화 사업으로 재탄생한 학교가 아이들의 감성 충전소가 되면 좋겠다. 학교 건물을 부수고 헐기보다는 감성이 꿈틀거리는 재구조화 사업 말이다. 기존의 건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리모델링하여 역사와 편리함이 함께 공존하는 아이들의 감성 충전소 역할을 하게 하자.

오래된 학교의 담장에는 아이들의 추억이 담긴 벽화가 어울릴 것 같다. 운동장 빈터에 신기한 놀이터를 만들면 어떨까? 운동장 주변의 오솔길은 코로나로 지친 아이들에게 좋은 안식의 공간이 될 것 같다. 오솔길 옆에 예쁜 의자가 있고, 의자 뒤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가 적혀 있으면 더욱 좋겠다. 학교에 따라서는 아담하고 예쁜 숲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곳에 풍경을 달면 바람이 살짝 부는 날 맑고 청아한 풍경 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제 복도로 가보자. 실제로 본 체험담을 이야기하자면, 분홍색·파란색·흰색·보라색 등 여러 색깔로 복도를 만든 학교가 있었다. 그곳에 아이들의 협동 작품이 걸려있었다. 땀을 뻘뻘 흘린 아이들의 작품에서 훌륭한 예술가의 작품 이상의 감동을 느꼈다. 아이들의 꿈을 조각한 작품을 전시하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교실도 바꾸어 볼까? 창문 아래에는 화분들을 놓아보자. 그곳에서 예쁜 식물들이 자라게 하자. 내 어린 시절처럼, 등교하면 제일 먼저 식물 친구들에게 인사하는 아이들, 물을 주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관찰 일기를 쓰는 아이도 있겠지. 잉꼬·앵무새를 교실에서 키우고 싶은 아이도 있을 것이다. 이미 실천하고 있는 학교들이 많은데, 교실 밖에는 텃밭 상자를 만들어 반마다 다양한 채소를 가꾸게 하면 좋을 것 같다.

현대 뇌 과학은 인간의 정신 능력에서 감성의 역할을 중요시하고 있다. 감성 능력은 정서 함양 외에도 창의성 등 인지 능력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적응 능력, 충동 억제, 대처 능력 등의 함양에도 이바지한다.

양림동은 여행자들의 감성 충전소이다. 양림동처럼 학교는 아이들의 감성 충전소가 되어야 한다. 이런 시각으로 학교 재구조화 사업을 진행하면 좋겠다. 그러려면 교직원, 지역사회의 땀방울이 좀 더 필요할 것이다. 따뜻한 감성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에 대부분 동참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