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김유정역·실레마을…문학기행 1번지 되다
[사람이 브랜드다 도시를 빛낸 예술가 공간] (6) 춘천 ‘김유정 문학촌’
생가·전시관 등…작가 고향이자 마을전체가 소설의 무대
지명 아닌 인명으로 지어진 국내 최초 김유정역
‘김유정이야기집’ 작가 작품세계 한눈에 볼 수 있어
2003년 창설 ‘김유정 문학축제’ 전국구 브랜드 자리매김
2021년 08월 01일(일) 18:10
‘봄봄’ ‘동백꽃’을 쓴 소설가 김유정의 생가와 소설의 무대인 실레마을이 자리하고 있는 ‘김유정문학촌’ 입구. 인근의 김유정역, 유정이야기숲 등과 함께 춘천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강원도에는 사람 이름을 딴 기차역이 있다. 소설 ‘동백꽃’, ‘봄봄’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유정 역’(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로)이다. 지명이 아닌 인명으로 지어진 역으로는 국내 최초다. 지난 2004년 이 지역 출신 김유정(1908~1937)을 기념하기 위해 역명을 신남역에서 김유정으로 바꿨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김유정 역은 매년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명소로 떠올랐다. 역에서 5분 거리에 자리한 ‘김유정문학촌’ (촌장 이순원)덕분이다. 김유정역을 비롯해 인근의 옛 김유정역을 중심으로 조성된 유정이야기숲, 소설 ‘봄봄’의 실레마을에 조성된 문학촌까지 신동면 일대가 말 그대로 ‘김유정 마을’이다.

김유정역은 이름 만큼이나 외관도 독특하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칙칙한 여느 역사(驛舍)와 달리 기와지붕이 인상적인 한옥 형태다. 역 주변에는 이런 희소성 때문인지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이 눈에 띈다. 김유정 역에 내린 이들 방문객의 발길을 잡아 끄는 건 인근의 ‘유정이야기숲’이다. 역사 주변 1만4000㎡에 달하는 유정이야기숲에는 생강나무,조팝나무,쥐똥나무, 산수유 등 다양한 식물이 식재된 생태공원과 광장, 야생초 화원이 들어서 있다.

조븟한 산책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현재의 김유정역이 건립되기 전 과거 경춘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드나들었던 구 역사와 플랫폼이 나온다.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감성적인 문구의 조형물에서 부터 4m 높이의 산뜻한 노란색 조형물 ‘마음의 문’ 등 포토존들이 눈길을 끈다.

김유정 생가 전경
시골 간이역을 연상케 하는 대합실 내부에는 그 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느낄 수 있는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역무원들의 유니폼, 무쇠 난로, 벽시계, 70~80년대 포스터, 옛 기차 시간표....이젠 더 이상 이 곳을 출발하는 기차는 없지만 지난 시절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전시품들을 통해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김유정 마을’의 하이라이트는 김유정 문학촌과 실레마을이다. 누적방문객이 400만 명(2016년 기준)에 달할 만큼 문학관으로는 이례적으로 한해 평균 수십 여 만 명이 다녀간다.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 같다 하여 이름붙여진 실레(시루의 방언)는 김유정의 고향이자 마을 전체가 소설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점순이 등 그의 소설 1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금병산 자락의 실레이야기길은 문학기행을 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 ‘금병산 아기장수 전설길’,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등 총 16개의 길로 나뉘어져 있다. 이야기 열여섯 마당과 만날 수 있는 실레이야기길(5.2km) 투어는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실레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김유정 생가다. 1908년 1월11일에 출생한 그의 생가를 조카 김영수씨와 금병의숙(김유정이 운영한 야학) 제자들의 고증을 받아 지난 2002년 복원했다. 안방과 대청마루, 사랑방, 봉당, 부엌, 곳간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ㅁ자 초가다.

유정이야기숲에 자리한 4m 높이의 조형물 ‘마음의 문’은 포토존으로 인기가 많다.
실레 마을에서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김유정의 생애와 작품, 관련 유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김유정 전시관’과 ‘김유정이야기집’에 닿는다. 생가 옆에 들어선 김유정기념 전시관에는 김유정 작가의 생애와 그의 대표작 ‘동백꽃’, ‘소낙비’, ‘노다지’ 등 대표작과 유물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특히 대표작인 ‘봄봄’의 초기 출판된 형식으로 만들어진 초대형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김유정문학촌을 찾은 전성우(58·경기도 안산시)씨는 “김유정 문학촌은 작가의 생애와 작품 등을 전시관에 진열한 여타 문학관과 달리 소설의 무대와 생가가 이웃해 있어 볼거리가 많다”며 “김유정 작가의 문학세계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정이야기집’은 김유정의 삶과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과 영상들로 꾸며져 있다. 관람객의 동선을 따라 ‘인간 김유정, 그가 걸어온 이야기 풍경’을 시작으로 ‘삶의 향기 짙게 베인 문학 속 이야기 풍경’, ‘다시 읽고 새롭게 바라보는 이야기풍경’ 등 3개의 존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함께 로비(김유정, 늘 우리네 풍경속에), 서점(감성이 쌓이는 풍경), 라운지(우리가 함께 하는 이야기풍경)등이 설치돼 있다. 소설 속 주인공과 사진을 찍는 포토존, 김유정의 작품을 다양한 버전으로 꾸며 놓은 유정책방도 볼거리다. 또한 ‘봄봄’과 ‘동백꽃’을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영상실도 만날 수 있다.

김유정문학촌이 문화관광의 1번지로 떠오른 데에는 콘텐츠를 빼놓을 수 없다. 김유정의 문학세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하드웨어는 물론 김유정문학축제를 중심으로 한 기념 사업은 문학촌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03년 창설된 김유정 문학축제는 전국구 브랜드가 됐다. ‘김유정문학제 봄봄’ ‘김유정사랑가을잔치’ ‘실레마을이야기잔치’ ‘청소년문학제’ 등 다양한 이름과 프로그램으로 2019년까지 개최된 후 지난해 부터 ‘김유정문학축제’로 일원화돼 열리고 있다. 축제기간에는 김유정4대문학상 시상식(김유정 문학상, 김유정 학술상, 신인문학상, 푸른 문학상), 김유정백일장. 김유정 관련 예술공연, 전통혼례, 김유정퀴즈골든벨, 김유정영화상영전 등 다양하다.

김유정전시관에는 대표작 ‘봄봄’의 초기 출판된 형식으로 만들어진 초대형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사진제공=김유정문학촌
특히 김유정문학상은 한국현대문학사에서 가장 개성 있는 작가로 검증된 김유정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높이 기리기 위하여 제정한 것으로 제1회 수상자인 윤대녕(2007년)을 시작으로 매년 한국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우수작품을 선정, 시상한다.

올해 첫선을 보인 ‘김유정동백제’도 눈여겨 볼 축제다. 김유정 선생 추모일인 3월29일 부터 4일간 진행된 지역주민 밀착형 프로그램으로, 김유정추모식, 동백꽃축제(프리마켓. 청년예술인들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실레마을 작가상 시상으로 구성됐다. 특히 실레작가상은 현재 춘천에 거주하는 시인,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등 문학도시로서의 위상을 보여준다.

이승현 김유정문학촌 홍보담당은 “김유정문학촌은 매년 소장하고 있는 희귀자료들을 토대로 특별전시회와 토크콘서트를 통해 김유정 문학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면서 “또한 문학지망생이나 문학을 좋아하는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예창작교실은 문학촌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춘천=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