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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사망’ 유족에게 의견 물은 뒤…영장전담판사의 선택은
가해학생 3명 중 2명 영장 발부
2021년 07월 30일(금) 00:00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판사에게)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김종근 광주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숨진 고교생 A군〈광주일보 7월 5일 6면〉의 유가족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 판사는 A군에 대한 학교폭력을 저지른 혐의(공동폭행·공동상해 등)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또래 학생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직후 유가족들을 법정으로 불렀다.

통상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구속의 신중을 기하기 위해 구속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판사가 피의자를 대면해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담당판사가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 가족들을 불러 의견을 묻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유가족들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들은 저희 아이를 때리고 괴롭히며 놀이를 빙자한 폭력을 일상적으로 저질렀다”며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지 모를 학교폭력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라도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었다.

A군 유족들인 부모와 이모가 법정에 들어서면서 30여분 간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가해 학생들과 마주쳤다. 이 때 유족들은 교복 차림의 학생을 향해 “왜 내 아들은 없어”라며 오열했다.

김 판사는 법정에 들어선 유족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 불렀다’면서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A군 아버지는 김 부장판사에게 “(A군의 극단적 선택) 사건 이후 가해 학생들은 SNS에 올렸던 내용을 삭제하거나 탈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들끼리 SNS 단체방이 있어 동영상,사건 관련 내용을 공유한다고 한다. 구속 수사를 통해 현재까지 밝혀진 범행 외에 여죄에 대해서도 수사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판사는 “수사는 수사기관에서 하는 것”이라며 “알겠습니다”고 답한 뒤 유가족들을 내보냈다.

김 부장판사는 이후 가해학생 3명 중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증거인멸과 도망 염려가 있고 소년으로서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현행 소년법(55조 제1항)이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는 등 성인과 달리, 소년의 구속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이들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구속 필요성이 인정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A군 가족들이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학교폭력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28일까지 2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직접 답변을 받게 됐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