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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읽는 기술-박경서] 살아남은 고전, 그 불멸의 비결은?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2021년 07월 23일(금) 05:00
‘위대한 유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방인’, ‘변신’, ‘노인과 바다’, ‘폭풍의 언덕’, ‘테스’….

세기의 명작들이다. 시대를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고전들로, 혹여 문학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한번쯤 들었을 작품들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문학에는, 특히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읽히는 고전에는 시대를 꿰뚫어보는 힘이 있다. 책을 통해 깊은 통찰을 얻기 원하는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문학의 의미와 고전의 재미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안내서가 나왔다. 소설을 읽는데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지 의문이지만, 길잡이가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법하다.

박경서 박사의 책 ‘명작을 읽는 기술’은 문학의 줄기를 잡는데 중점을 뒀으며 바쁜 현대인을 위한 친절한 길잡이를 자처했다.

평소 문학의 사회학적 의미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조지 오웰’을 발간한 것 외에도 ‘1984년’, ‘동물농장’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번 ‘명작을 읽는 기술’은 “독자는 고전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저자는 본격적인 고전을 소개하기에 앞서 문학의 뿌리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에서 시작해 문학 논쟁부터 살펴본다. 헬레니즘은 인간 중심의 인본주의 가치관인데 반해 헤브라이즘은 신중심의 신본주의다.

특히 저자는 플라톤의 이데아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메시스를 쉽게 설명한다. 예술이란 그림자를 모방할 뿐이라는 플라톤의 이데아와 예술은 현실을 복제하는 것이 아닌 창조적 재현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메시스를 조목조목 풀어낸다.

또한 저자는 고전주의, 문학이라는 것은 “꾸준히 삶을 닦아 나가는 것”이라는 지론을 이야기한다. 알렉산더 포프의 ‘고요한 삶’을 예로 들며 고전주의를 매개로 당대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현실과 미래를 시금석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문학의 오랜 논쟁 가운데 하나가 모방을 뜻하는 플라톤의 ‘이데아’와 창조적 재현을 의미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메시스’가 있다. 사진은 라파엘로 산치오의 벽화 ‘아테네 학당’. <열린책들 제공>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문학은 삶에 대해 알고 있다’로, 여기에는 모두 12편의 고전소설과 아울러 저자의 사유와 관점 등이 담겨 있다. ‘문학 줄기를 잡는 노트’라는 부분에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정치적, 사회적 의미 등을 기술하고 있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의 주제는 속물이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다. 하층민 핍의 신분상승 과정을 통해 당대 사회의 신사라는 개념의 허구성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진정한 신사란 비인간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아 인식을 정립하여 정신적 성숙의 단계에 진입하는 인간”이라고 규정한다.

상품 가치 없는 인간을 그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느 날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화되어 가는 인간에 대한 메타포라 할 수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사회적·집단적 관계 속에서 규정되며 그 사회와 조직에서 효용 가치가 없어지면 종말을 맞는다”는 문제의식은 오늘의 우리에게 적잖은 질문을 던진다.

이밖에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통해서는 어떤 상황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말하며,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사랑을 버리고 안락함을 선택한 상황이 주는 또 다른 고통과 번민에 초점을 맞췄다.

돈에 집착하는 현실주의자와 낭만을 좇는 갑부를 모티브로 한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모든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의 길을 나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도 잔잔한 울림을 준다. <열린책들·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