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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영화 데뷔작 ‘화녀’ 50년만에 스크린서 다시 본다
2021년 04월 29일(목) 18:10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과 함께 그의 영화 데뷔작인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가 내달 50년 만에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화녀’는 김 감독이 자신의 전작 ‘하녀’(1960)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하녀’는 방직공장의 음악 선생 동식(김진규)이 젊은 하녀(이은심)의 유혹에 관계를 맺고 난 뒤 벌어지는 중산층 가족의 비극을 담았다.

‘화녀’도 ‘하녀’의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변주했다. 작곡가인 주인 남자 동식(남궁원)은 양계장을 운영하는 아내 명숙(전계현)에게 의존해 살고 있다. 명자(윤여정)는 좋은 데로 시집보내 준다는 명숙의 말에 돈을 받지 않고 식모로 일하기 시작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윤여정은 이 영화로 대종상 신인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다시 한번 김 감독의 ‘충녀’(1972)에 출연했다. 잘난 아내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동식(남궁원)의 첩이 되는 명자 역이었다.

윤여정은 2008년 김기영 감독 회고전에서 김 감독과의 작업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영화를 안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충녀’에서 침대에 누운 자신에게 쥐 떼를 쏟아붓기도 했던 김 감독을 “그땐 어려서 몰랐다. 기괴하기만 했다”며 “이후 다른 감독들과 작품을 했더니 좀 심심했다”고도 했다.

임상수 감독이 다시 만든 ‘하녀’(2010)에서 윤여정은 원작에 없던 늙은 하녀 병식을 연기했다. 원작의 하녀 역은 전도연이 맡았다.

아카데미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린 윤여정은 상을 천재 감독이자 데뷔작을 함께 한 김기영 감독에게 바친다고 언급했다.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도 “그분에게 감사한 게 60세가 넘어서였다. 그분이 돌아가신 뒤에야 고마웠다. 그전에는 이상한 사람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했다.”며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다.

지난해 시상식에서는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이 “한국 역사 속에서 김기영처럼 많은 위대한 감독이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찬욱 감독 역시 가장 위대한 한국 감독으로 망설임 없이 김기영을 꼽는다.

한국 영화 최초의 컬트 감독, ‘천재 감독’으로 꼽히는 김기영 감독은 1955년 반공 영화 ‘주검의 상자’로 데뷔했으며, 1998년 자택 화재로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