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강제동원 피해자 구술집 발간, 일제에 끌려간 31명의 처절한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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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강제동원 피해자 구술집 발간, 일제에 끌려간 31명의 처절한 증언
피해 할머니들 자서전 이어 두번째
7명은 구술집 나오기 전 세상 떠나
2021년 02월 26일(금) 07:00
“아카시아 꽃이 3월 달이면 하얗게 피어요. 가서 고놈 핥아먹느라고 두들겨 맞아가면서도 일 안 나가고 고놈 핥아먹느라고… 아, 고놈이라도 핥아먹은께 살 것 같드란 말이요.”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일본군으로 동원되고, 일본 군수공장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한 우리지역 어르신들의 아픔을 생생히 담아낸 구술집이 나왔다.

25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일본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동원돼 국외로 강제 징병·징용된 피해자들의 구술집 ‘배고픔에 두들겨 맞으면서도 하얗게 핀 가시나무 꽃 핥아먹었지’가 발간됐다.

올해 초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들의 자서전이 발간된 데 이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번째 책이다.

이번 구술집에는 1942년~1945년 일제의 의해 일본군, 군무원, 노무자, 여자근로정신대 등에 동원되면서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31명 어르신들의 증언이 담겼다.

이들은 전쟁의 공포 속에서 일제의 총알받이로 내몰리고, 배고픔과 구타 속에 노동력을 착취당한 우리 역사속의 피해자들로 지난날 우리 민족이 겪었던 역사적 아픔과 진실을 다음 세대에 올바르게 전하기 위해 제작됐다는 게 시민모임측 설명이다.

이번 구술에는 정순용 할아버지 외 강제징병된 군인 8명, 정병호 할아버지 외 군무원 8명, 전홍일 할아버지 외 노무자 9명, 양금덕 할머니 외 여자근로정신대 6명 등 31명이 참여했다.

시민모임은 광주시의 지원으로 2년(2018~2019년) 간 광주·전남 일제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들을 만나 이들의 경험담을 직접 들었다.

결혼한 지 보름만에 영장이 나와 신부 얼굴도 못보고 일본으로 끌려갔다는 최영균 할아버지, 17살 어린 나이에 탄광 막장에 끌려가 연탄을 캤다는 전홍일 할아버지, 시민모임은 어르신들의 증언 하나 하나가 가슴 아프지 않은 사연이 없었고, 역사 자료가 될 만한 소중한 증언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피해자 가운데 조주호 어르신이 1922년생으로 가장 나이가 많았고, 오연임 할머니가 1936년생으로 가장 어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주호·정유한·김오곤·전홍일·남정노·권충훈·곽옥남 등 7명의 피해자는 구술집이 완성되기 전 세상을 떠났다.

시민모임측은 “나머지 생존자들도 질병 등으로 증언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구술집이 마지막 육성 증언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억을 남기는 것은 두 번 다시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삼기 위해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분들을 위해 오늘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가 되묻기 위해서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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