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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주도 ‘어용 노조’ 만들었다가…‘딱 걸렸네’
대표 노조 삼아 교섭권 확보 목적
광주노동청, 제지회사 적발
부당노동행위 임직원 6명 송치
2021년 02월 22일(월) 21:00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조 활동을 방해한 제지회사를 적발, 검찰에 넘겼다.

회사의 협조적 노조를 결성, 대표 노조로 삼아 교섭권을 확보해 적대적 노조를 유명무실하게 만들면서 노조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고 건강한 노사관계 발전을 저해했다는 게 광주노동청 판단이다. 광주노동청이 노조 설립에 사측이 개입한 혐의를 적용해 회사 관계자들을 적발, 검찰에 송치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22일 대양그룹 계열사인 대양판지㈜와 소속 임직원 6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광주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광주노동청은 회사측이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한 상황에서 민주노총 계열의 노조(대양판지지회)의 영향력을 감소, 무력화하기 위해 회사측이 주도해 노조(대양판지노조)를 설립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청은 이같은 부당노동행위에 따라 해당 기업 노조에 대한 설립 신고를 취소키로 하고, 청문 절차를 진행중이다.

복수노조인 경우 노사간 교섭 과정에서 교섭창구 단일화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사측에 도움이 되는 협조적 노조를 과반수노조로 구성하면 향후 발생할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쟁의 행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은 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노동계도 회사측의 부당 노동 행위가 광주노동청의 조사로 확인된 점을 들어 강도높은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등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노동계는 “대양판지는 지난해 3월 회사 내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가 만들어진 직후 사측에 협조적인 한국노총 산하 대양판지노조를 설립, 노사 관계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사측이 임원들을 동원해 조합원들을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연차 사용권, 초과 작업 부여 등을 활용했다는 게 민주노총측 주장으로, 회사측이 설립한 노조가 단체교섭권을 확보하면서 후퇴한 단체협약 체결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4월 회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광주노동청 관계자는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확인, 검찰에 넘기는 것과 별개로 해당 노조 설립을 취소하기 위한 청문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대양판지 관계자는 “현재 복수노조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라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곤란하다”면서 “노동청이 설립총회 미개최 등 절차적 하자를 들어 노조 설립을 직권 취소키로 통보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해당 회사대표는 부당노동행위와 관련 참고인으로 참석해 국회의원의 질의를 받은바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