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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지만 세련된
2020년 11월 26일(목) 00:00
일반적으로 고층 아파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좁은 면적에 높게 지어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주택의 대량 공급이 가능하고 그 외 공간을 다양하게 디자인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범죄 예방이나 쓰레기 처리 등 복잡한 문제들을 직접 할 필요가 없으니 거주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다. 이 때문에 광주를 비롯해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서 고층 아파트가 대표적인 주거 양식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층 아파트 건립의 원래 취지는 주거 공간을 보다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아파트가 늘어나도 오히려 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자치단체의 허가를 얻어 건설업체와 토지소유주는 많은 개발 이익을 얻게 됐지만, 분양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부유층들은 마치 명품 가방 사들이듯 주머니에 챙긴 뒤 더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긴다.

이제는 시민들마저도 대부분 고층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요 도시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인 52.8%가 주택 구매 및 소유의 주된 목적을 ‘투자를 통한 재산 증식’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사실상 고층 아파트 건립의 원래 취지는 사라진 셈이다. 그리고 광주라는 대도시는 ‘존재 가치’가 사라진 회색빛 건축물로 뒤덮이고 있다.

도대체 도시의 건축물은 몇 층 정도 돼야 적절할 것인가? 아쉽게도 그에 대한 조사는 지금까지 없었다. 다만 지난 2011년 7.4 규모의 지진으로 시가지가 완전히 파괴된 뉴질랜드의 크리스트처치라는 도시에서는 건축물 최고 높이를 6층으로 제한한 바 있다. 당시 그 도시의 시장과 도시계획 전문가 등은 10만6000명의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에 두고 고층이 아닌 중·저층 도시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도 이제 고층 아파트가 시민과 도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면밀히 조사해서, 고층 아파트를 지으려는 이들의 행진을 잠시 멈추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낮지만 세련되고, 도시를 사랑하는 시민들로 북적이는 광주를 만들어 가야 할 때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