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영화 ‘황무지 5월의 고해’ 31년 만에 극장서 개봉
김태영 감독 단편 ‘칸트씨의 발표회’ 장편 ‘황무지’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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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황무지 5월의 고해’<사진>가 국가로부터 상영 불가 판정을 받은 지 31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오는 28일 극장에서 개봉하는 ‘황무지 5월의 고해’는 김태영 감독의 단편 영화 ‘칸트씨의 발표회’(1987)와 장편 영화 ‘황무지’(1988)로 구성된 연작이다.
김 감독은 1987년 다양한 상징으로 아픔을 형상화한 16mm 단편영화 ‘칸트씨의 발표회’를 통해 80년 5월 광주를 이야기했다. 그는 이듬해 장편영화 ‘황무지’를 제작, 연출했지만 1989년 군 수사 정보기관인 보안사는 상영 불가 판정을 내렸고, 필름을 압수했다. 김 감독은 이를 광주에서 상영하려던 혐의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올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한국영상자료원의 기념사업이 추진되면서 김 감독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필름이 빛을 보게 됐다. 이후 전찬일 영화평론가가 개봉추진위원장으로 나서 개봉을 추진하면서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칸트씨의 발표회’는 시민군의 의문사를 다룬 최초의 단편영화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고문을 당하고 정신이상자가 된 청년 칸트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내뱉으며 서울을 떠도는 이야기다.
영화는 칸트라는 인물을 통해 광주항쟁에 참여해 행방불명으로 처리된 젊은이들의 의문사를 고발한다.
이 영화는 한국 단편영화 최초로 1988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으며, 이후 토리노 영화제, 하와이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으며, 런던한국영화주간 초청작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황무지’는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됐던 공수부대원의 양심선언을 다룬다. 한 공수부대원이 시민군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한 소녀를 사살하고, 미군 기지촌에 숨어들어 살아가다 광주 망월동 묘지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분신자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은 ‘김의기’다. 1980년 5월 30일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계엄군의 총칼에 침묵하던 서울시민들에게 광주의 비극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뿌리다 계엄군의 검색에 쫓겨 실족사 한 김의기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인용했다.
두 작품은 5·18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칸트씨의 발표회’는 피해자, ‘황무지’는 가해자 입장에서 역사의 비극을 바라보고 있다.
김 감독은 “1980년 5월 서울역에 나갔는데 학생들이 전경한테 머리채를 붙잡혀 끌려다니고 차가 불타는 현장을 보고, 타오르는 분노를 영상으로 표출해야겠다고 생각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31년간 국가로부터 봉인됐던 영화가 부활하게 됐다. 많은 사람이 당시 역사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황무지 5월의 고해’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관객이 직접 영화를 선정하는 커뮤니티 비프에 초청됐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김 감독은 1987년 다양한 상징으로 아픔을 형상화한 16mm 단편영화 ‘칸트씨의 발표회’를 통해 80년 5월 광주를 이야기했다. 그는 이듬해 장편영화 ‘황무지’를 제작, 연출했지만 1989년 군 수사 정보기관인 보안사는 상영 불가 판정을 내렸고, 필름을 압수했다. 김 감독은 이를 광주에서 상영하려던 혐의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칸트라는 인물을 통해 광주항쟁에 참여해 행방불명으로 처리된 젊은이들의 의문사를 고발한다.
이 영화는 한국 단편영화 최초로 1988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으며, 이후 토리노 영화제, 하와이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으며, 런던한국영화주간 초청작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황무지’는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됐던 공수부대원의 양심선언을 다룬다. 한 공수부대원이 시민군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한 소녀를 사살하고, 미군 기지촌에 숨어들어 살아가다 광주 망월동 묘지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분신자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은 ‘김의기’다. 1980년 5월 30일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계엄군의 총칼에 침묵하던 서울시민들에게 광주의 비극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뿌리다 계엄군의 검색에 쫓겨 실족사 한 김의기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인용했다.
두 작품은 5·18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칸트씨의 발표회’는 피해자, ‘황무지’는 가해자 입장에서 역사의 비극을 바라보고 있다.
김 감독은 “1980년 5월 서울역에 나갔는데 학생들이 전경한테 머리채를 붙잡혀 끌려다니고 차가 불타는 현장을 보고, 타오르는 분노를 영상으로 표출해야겠다고 생각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31년간 국가로부터 봉인됐던 영화가 부활하게 됐다. 많은 사람이 당시 역사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황무지 5월의 고해’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관객이 직접 영화를 선정하는 커뮤니티 비프에 초청됐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