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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대체어
2020년 10월 20일(화) 08:00
일본 작가 미우라 시온의 소설 ‘배를 엮다’는 한 권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15년간 열정을 쏟는 편집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행복한 사전’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사람은 사전이라는 배를 타고 어두운 바다 위에 떠오르는 작은 빛을 모으지. 더 어울리는 말로 누군가에게 정확히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편집자 아라키는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라고 말한다. 아라키를 비롯한 여러 편집자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단어 용례 채집 카드를 하나하나 작성하고 ‘날마다 변해 가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말의 근본 의미’를 고민하며 우직하게 사전을 만든다.

요즘은 종이 사전 대신 포털사이트 전자사전을 이용하는 추세다. 손에 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어디서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어를 입력해 간단하게 국어뿐만 아니라 여러 언어를 검색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간혹 한글로 표기된 한자식 용어를 읽다 보면 원래의 뜻과는 달리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지형 관광 안내판’ 같은 경우를 보자. ‘촉지’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닿을 ‘촉’(觸) 자와 손가락 ‘지’(指) 자가 아닌가 짐작했었다. 한데 막상 검색해 보니 ‘촉각으로 인지한다’(しょくち , 知)는 의미의 일본말이었다. 우리말 대신 ‘굳이 의미가 잘 통하지도 않는 한자로 표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 ‘새말 모임’에서 최근 IT(정보통신) 관련 신조어를 대신하는 우리말 대체어를 선정했다. ‘로컬택트’(Localtact)는 ‘지역 울타리 활동’으로, ‘스마트 폴’(Smart Pole)은 ‘지능형 기둥’으로, ‘버블 맵’(Bubble Map)은 ‘주제 그물’로 대체하자고 제안했다.

시대와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말 또한 끊임없이 변한다. 그동안 사용해 오던 단어가 사라지고 새로 등장한 단어가 생명력을 얻곤 한다. 그러나 ‘변해 가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말의 근본 원칙은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촉지’를 대체할 수 있는 적절한 우리말은 무엇일까?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