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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 함부로 들면 큰일 나요
‘자녀 체벌 금지’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훈육 방식 변화 예고
‘부모의 징계권’ 62년 만에 삭제, 일부선 “훈육 어떡하나” 우려도
2020년 10월 14일(수) 23:00
부모가 훈육일지라도 자녀를 체벌하는 행위는 처벌받게 된다.

이제는 부모가 훈육이라는 이유로 자녀를 학대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고,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동은 법적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훈육권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부모는 훈육을 할 수 있으며, 그동안 체벌을 가해왔던 부모는 이제 다른 형태의 교육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그간 자녀에 대한 체벌의 법적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민법상 자녀 징계권이 삭제를 앞두고 있다. 민법 제정 당시부터 존재했던 부모의 징계권이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등으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민법 제915조 ‘부모의 징계권’ 62년만에 삭제=법무부는 ‘민법 제915조’에 규정된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16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민법 제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부모의 자녀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법무부 역시 징계권 조항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오인되고,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어 징계권 조항 삭제를 통해 체벌금지의 취지를 명확히 하고자 일부개정법률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징계권은 민법이 제정된 지난 1958년 이후 62년만에 사라지게 됐다.

법무부는 자녀에 대한 ‘필요한 징계’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자녀에 대한 체벌이 금지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아동보호단체들도 ‘징계권’이 부모의 체벌을 법으로 허용하는 ‘체벌권’으로 잘못 해석되는 경우도 많다며 징계권 삭제를 줄곧 요구해 왔다.

초록우산재단 등 어린이보호재단은 지난 2019년부터 ‘Change 915,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라는 민법 915조 삭제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민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심의를 통과해 시행되면 아동 권리가 중심이 되는 양육 환경 및 아동 학대에 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징계권 삭제의 의미=징계권은 아동학대를 저지른 부모의 방어 논리로 활용돼 오기도 했다. 또 부모라면 ‘내 자식을 한 두대 때리는 것 쯤이야 훈육이다’며 사실상의 학대행위를 해왔던 일부 부모들의 훈육과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14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아동학대 건수는 2017년 3102건, 2018년 3172건, 2019년 3074건으로 매해 3000건이 넘는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신체적 학대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지난해 광주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가운데 61%가 신체적학대(중복학대 포함)였다. 신체적 학대의 경우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 신체학대의 가해자 80.9%가 부모로 나타났다.

아동학대는 명백한 범죄임에도 징계권을 이유로 학대피해 아동들은 오랜 기간 국가 감시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왔다.

한선희 광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모든 체벌과 징계는 아동학대다”며 “부모는 체벌이 아닌 유아기부터 아이와 형성한 애착관계를 통해 서로 소통이 가능한 관계에서 긍정적인 훈육을 해야 한다. 앞으로 긍정적인 훈육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징계권 삭제에 대해 대부분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징계권이 체벌을 정당화하는 의미로 비치며,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시민을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장 김정희 변호사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징계권이 삭제되는 방향에 찬성한다”면서 “아동 체벌 자체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징계권 삭제가 부모의 훈육권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법률사무소 인의’의 김경은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들이 각종 특별법으로 다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의 필요한 체벌 즉 ‘사랑의 매’조차도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자녀의 훈육에 역효과를 가져 올 우려가 있다”면서 “하지만 부모가 자녀를 훈육한다는 이유로 다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학대를 방지하는 데에는 기여할 것이다. 부모가 자녀의 훈육을 위해 체벌을 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자체도 개선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강행옥 법률사무소’의 강행옥 변호사는 “민법은 자녀에 대한 관리·감독의 부족으로 자녀가 제3자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데, 부모의 훈육권까지 부정한다면 이는 민법의 전체적인 틀과는 맞지 않는다” 면서 “징계권의 삭제가 부모의 훈육권 부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