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목싸목 남도 한 바퀴] 해남 로컬푸드
주렁주렁 탐스런 바나나까지…해남의 매력은 끝이 없다
![]() 지난해 7월 묘목을 심은 후 올해 첫 수확에 성공한 해남 북평면 신용균씨의 바나나농장. |
‘고고(go go)! 해남’. ‘2020 해남방문의 해’ 슬로건이다. 해남 두륜산과 달마산은 대흥사와 미황사 등 오랜 불교문화를 품고 있다. 나를 찾는 힐링 도보길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달마고도’와 한반도 최남단 ‘땅끝’ 등 해남의 매력은 끝없다. 해남 대표특산물인 해남고구마에 이어 바나나 수확까지 성공하면서 없는게 없을 정도로 먹거리가 풍성한 고장으로 꼽힌다. 해남의 가을빛깔을 찾아 나선다.
◇무농약 인증 해남산 바나나 탄생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바나나라니! 우리나라에서도 바나나 재배가 가능해졌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긴 했지만 직접 바나나 농장을 보러 가는 길은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묘목을 심어 올해 처음 수확에 성공했다는 해남군 북평면 와룡리 신용균(74)·홍홍금(70)씨 부부는 15m 높이의 커다란 비닐하우스 5개 동을 하나로 연결해 600평 규모의 바나나 농장을 탄생시켰다.
밖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열대 우림에 들어선 듯 높다란 나무에 성인 키보다 큰 초록잎이 무성하고 역시나 탐스럽게 열린 바나나가 한눈에 들어온다. 말 그대로 ‘주렁주렁’이다.
바나나 나무에 피어난 꽃대는 단 하나. 묘목을 심은지 10개월만인 지난 5월에 꽃을 피우더니 꽃 바로 아래에 열매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꽃이 피고 다시 4개월, 이제는 꽃대가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바나나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하나의 꽃대에서 피어낸 바나나 송이는 20~30㎏ 정도. 1송이에는 11~13손이 나오는데 1손마다 17~18개의 바나나가 달려 있다.
“겨우내 키워서 이 한 송이 따면 끝이에요. 바나나를 따고 나면 나무는 잘라내는 거죠.” 엊그제 수확이 끝났다는 나무 몇 그루가 밑기둥이 잘린 채 바닥에 누워있다. 생을 다한 나무는 퇴비로 사용된단다. 자세히 보니 덩그러니 남겨진 밑기둥 옆에 여린 줄기가 살포시 올라와 있다. 어미나무에서 자란 2세로, 일년동안 커서 내년 이맘께 다시 바나나 열매를 키워낼 것이다.
지난해 7월 470주의 바나나 묘목을 심었지만 열매 수확을 할 수 있는 건 400주가 조금 넘는 정도다. 단단한 나무 기둥이 아닌 파초과 식물이다 보니 줄기가 자동으로 부러지기도 하고 꽃대가 무거워 부러진 나무도 20그루 정도였다. 1년 가까이 키운 바나나는 9월초부터 수확을 시작했다. 올해가 첫 수확이라 정확한 통계를 내는 건 한계가 있지만 11월까지는 수확이 이어질 것으로 짐작된다. 첫 수확치고는 성공한 셈이다.
신씨 부부가 재배중인 바나나는 ‘송키밥’이라는 품종이다. ‘채소’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 ‘송키’에 밥을 더해 붙여진 이 바나나는 제주에서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는 농부가 개발한 품종이란다. 해외 연수를 다녀온 아들의 제안으로 바나나 농사에 뛰어든 신씨 부부는 해남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재배를 시작했고, 판매는 해남군이 직접 운영하는 농산물 온라인몰 ‘해남 미소’의 도움을 받고 있다.
바나나 농사에 가장 큰 어려움을 꼽자면 생육 조건을 맞춰주는 일이다. 열대 과일이다보니 하우스내 온도가 최하 18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게 해야 한다. 겨울에는 22~23도를 유지시키는데 그러다보니 난방비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무농약 인증을 받은 해남산 바나나는 1㎏에 1만원에 판매된다. 수입산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나나를 찾는 이들이 많은 건 농약을 하지 않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국내산 바나나는 나무에서 충분히 숙성시킨 후 수확하기 때문에 맛과 향이 뛰어나다. 수입산의 아린 맛이 없고 식감도 좋다. 해남에서는 올해 신씨 농가를 포함해 2개 농가에서 바나나를 수확하며, 내년부터는 2개 농가가 합세해 4개 농가에서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리적 표시등록 ‘해남고구마’
해남에는 유독 농특산물이 많다. 해양성 기후와 게르마늄 함량이 높은 붉은 황토밭이 키운 농산물들이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해남고구마다. 해남 대표특산물인 ‘해남고구마’는 고구마 품목 중 최초로 지리적 표시등록 농산물(제42호)로 등록돼 있다. 황토 질 자체가 칼륨과 칼슘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당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해남에서 재배되는 고구마 종류는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꿀고구마 세 가지다. 밤처럼 포근하고 당도가 높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밤고구마는 자색껍질이 얇아 껍질째 그냥 먹어도 좋다. 몇 년 전만 해도 밤고구마는 퍽퍽해서 맨입에 먹기에는 부담스러웠으나 품종이 많이 개량되어 단맛이 있으면서도 촉촉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밤고구마는 8월, 꿀고구마는 9월부터 수확하고, 겨울 무렵부터 호박고구마가 출하된다. 저장성이 좋은 편이지만 모든 식품이 그렇듯 오래두고 먹으면 고구마가 마르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먹는게 좋다.
고구마 고장답게 해남에는 고구마 가공업체가 많다. 마산면 땅끝해남식품특화농공단지에 입주해 있는 농업회사법인 온드림푸드㈜는 아이스 고구마 생산업체다. 베니하루카 품종인 해남산 꿀고구마를 화염터널식 직화구이로 구운 다음 냉동시킨 고구마다. 브랜드명은 ‘불로구마’.
“군고구마는 은은한 불에 오래 구워야 더 달고 맛이 좋습니다. 그건 고구마에 들어있는 전분을 얼마만큼 당으로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맛이 달리지기 때문이죠. 당도를 수치로 측정한다면 무조건 40브릭스 이상은 나온다고 자신합니다. 간혹 고구마에 설탕을 섞은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조태길 대표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쳐난다. 구워진 고구마는 영하 40도에서 급냉시켜 보관하다가 아이스팩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배송된다.
해남읍에 자리한 농업회사법인 해남고구마식품주식회사에서는 ‘최애 간식’으로 평가받는 고구마 말랭이 생산에 한창이었다. 고구마를 잘고 길게 채썰어 말리는데 저온과 고온을 번갈아가면서 말리는 변온방식으로 진행해 당도가 높고 쫀득하다.
농산물 쇼핑몰 ‘해남미소’를 직영하고 있는 해남군 유통지원과 통합마케팅팀 김성희 팀장은 “해남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특산물은 믿을 수 있는데다 맛까지 보장할 수 있다”며 “곧 있으면 해남군의 효자품목으로 불리는 절임배추 판매도 시작되니 많이 이용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영상편집=김혜림 기자 fingswoman@kwangju.co.kr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바나나라니! 우리나라에서도 바나나 재배가 가능해졌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긴 했지만 직접 바나나 농장을 보러 가는 길은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묘목을 심어 올해 처음 수확에 성공했다는 해남군 북평면 와룡리 신용균(74)·홍홍금(70)씨 부부는 15m 높이의 커다란 비닐하우스 5개 동을 하나로 연결해 600평 규모의 바나나 농장을 탄생시켰다.
밖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열대 우림에 들어선 듯 높다란 나무에 성인 키보다 큰 초록잎이 무성하고 역시나 탐스럽게 열린 바나나가 한눈에 들어온다. 말 그대로 ‘주렁주렁’이다.
“겨우내 키워서 이 한 송이 따면 끝이에요. 바나나를 따고 나면 나무는 잘라내는 거죠.” 엊그제 수확이 끝났다는 나무 몇 그루가 밑기둥이 잘린 채 바닥에 누워있다. 생을 다한 나무는 퇴비로 사용된단다. 자세히 보니 덩그러니 남겨진 밑기둥 옆에 여린 줄기가 살포시 올라와 있다. 어미나무에서 자란 2세로, 일년동안 커서 내년 이맘께 다시 바나나 열매를 키워낼 것이다.
지난해 7월 470주의 바나나 묘목을 심었지만 열매 수확을 할 수 있는 건 400주가 조금 넘는 정도다. 단단한 나무 기둥이 아닌 파초과 식물이다 보니 줄기가 자동으로 부러지기도 하고 꽃대가 무거워 부러진 나무도 20그루 정도였다. 1년 가까이 키운 바나나는 9월초부터 수확을 시작했다. 올해가 첫 수확이라 정확한 통계를 내는 건 한계가 있지만 11월까지는 수확이 이어질 것으로 짐작된다. 첫 수확치고는 성공한 셈이다.
신씨 부부가 재배중인 바나나는 ‘송키밥’이라는 품종이다. ‘채소’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 ‘송키’에 밥을 더해 붙여진 이 바나나는 제주에서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는 농부가 개발한 품종이란다. 해외 연수를 다녀온 아들의 제안으로 바나나 농사에 뛰어든 신씨 부부는 해남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재배를 시작했고, 판매는 해남군이 직접 운영하는 농산물 온라인몰 ‘해남 미소’의 도움을 받고 있다.
바나나 농사에 가장 큰 어려움을 꼽자면 생육 조건을 맞춰주는 일이다. 열대 과일이다보니 하우스내 온도가 최하 18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게 해야 한다. 겨울에는 22~23도를 유지시키는데 그러다보니 난방비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무농약 인증을 받은 해남산 바나나는 1㎏에 1만원에 판매된다. 수입산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나나를 찾는 이들이 많은 건 농약을 하지 않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국내산 바나나는 나무에서 충분히 숙성시킨 후 수확하기 때문에 맛과 향이 뛰어나다. 수입산의 아린 맛이 없고 식감도 좋다. 해남에서는 올해 신씨 농가를 포함해 2개 농가에서 바나나를 수확하며, 내년부터는 2개 농가가 합세해 4개 농가에서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게르마늄 함량이 높은 붉은 황토밭이 키운 해남 대표특산물 ‘해남고구마’. |
해남에는 유독 농특산물이 많다. 해양성 기후와 게르마늄 함량이 높은 붉은 황토밭이 키운 농산물들이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해남고구마다. 해남 대표특산물인 ‘해남고구마’는 고구마 품목 중 최초로 지리적 표시등록 농산물(제42호)로 등록돼 있다. 황토 질 자체가 칼륨과 칼슘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당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해남에서 재배되는 고구마 종류는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꿀고구마 세 가지다. 밤처럼 포근하고 당도가 높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밤고구마는 자색껍질이 얇아 껍질째 그냥 먹어도 좋다. 몇 년 전만 해도 밤고구마는 퍽퍽해서 맨입에 먹기에는 부담스러웠으나 품종이 많이 개량되어 단맛이 있으면서도 촉촉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밤고구마는 8월, 꿀고구마는 9월부터 수확하고, 겨울 무렵부터 호박고구마가 출하된다. 저장성이 좋은 편이지만 모든 식품이 그렇듯 오래두고 먹으면 고구마가 마르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먹는게 좋다.
![]() 해남고구마식품주식회사에서 생산중인 고구마 말랭이. |
“군고구마는 은은한 불에 오래 구워야 더 달고 맛이 좋습니다. 그건 고구마에 들어있는 전분을 얼마만큼 당으로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맛이 달리지기 때문이죠. 당도를 수치로 측정한다면 무조건 40브릭스 이상은 나온다고 자신합니다. 간혹 고구마에 설탕을 섞은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조태길 대표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쳐난다. 구워진 고구마는 영하 40도에서 급냉시켜 보관하다가 아이스팩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배송된다.
해남읍에 자리한 농업회사법인 해남고구마식품주식회사에서는 ‘최애 간식’으로 평가받는 고구마 말랭이 생산에 한창이었다. 고구마를 잘고 길게 채썰어 말리는데 저온과 고온을 번갈아가면서 말리는 변온방식으로 진행해 당도가 높고 쫀득하다.
농산물 쇼핑몰 ‘해남미소’를 직영하고 있는 해남군 유통지원과 통합마케팅팀 김성희 팀장은 “해남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특산물은 믿을 수 있는데다 맛까지 보장할 수 있다”며 “곧 있으면 해남군의 효자품목으로 불리는 절임배추 판매도 시작되니 많이 이용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영상편집=김혜림 기자 fingswoma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