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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2020년 09월 28일(월) 00:00
민족의 고유 명절인 추석(秋夕)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가위·가배·가위라고도 부르는 추석은 음력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다. 예로부터 추석에는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둥근 보름달은 풍요와 생명을 상징했다.

그래서 추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달밤이다. 윤오영(1907~1976)이 1974년에 발표한 ‘달밤’이라는 수필이 있다. 낙향한 저자가 어느 날 김 군을 찾아가지만 만나지 못한다. 대신 달빛 아래 앉아 있는 노인을 만나 이렇다 할 얘기 없이 농주 한 사발 얻어 마시고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생면부지인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동양화 속에 등장하는 신선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태준(1904~?)의 소설 ‘달밤’ 또한 서정적이고 인간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친근하지만 어리숙한 황수건은 학교 급사나 신문 보조배달원 일에서도 쫓겨난다. 소설 속의 ‘나’는 그를 위해 장사를 하도록 도움을 주지만, 황수건은 이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황수건이 어느 날 서툰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고, 나는 애써 모른 척한다. 황수건 머리 위로 부서지는 하얀 달빛은 애상적이면서도 쓸쓸한 이미지를 드리운다.

‘달밤’의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가축인 경우도 있다. 이종문 시인의 ‘달밤’은 소를 모티브로 그리움과 추억을 환기한다. “그 소가 생각난다, 내 어릴 때 먹였던 소/ 샐비어 즙을 푼 듯 놀이 타는 강물 위로/ 두 뿔을 운전대 삼아, 타고 건너오곤 했던// 큰누나 혼수 마련에 냅다 팔아먹어 버린,/ 하지만 이십 리 길을 터벅터벅 걸어와서/ 달밤에 대문 밖에서 음모~하며 울던 소” 어쩌면 달밤 대문 밖에서 울던 저 소는, 지난여름 폭우를 피해 구례 사성암까지 피신했던 소 떼의 조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올 추석은 ‘민족 대이동’ 대신 ‘비대면 명절’로 기록될 것 같다. 그럼에도 캄캄한 하늘에 휘영청 보름달이 떴으면 좋겠다. 코로나에 가슴 졸이고 세파에 시달린 이들을 위로해 주는 은은한 달빛. 포근하고 여유로운 모두의 추석을 기원한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