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나이 50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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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나이 50쯤이면
2020년 09월 18일(금) 00:00
나태주 시인·한국시인협회장
사람이 나이 50세쯤 되면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좀 어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공자님은 사람의 나이 50을 일러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라고 하셨다. 지천명이라? 공자님 당신께서 50 나이에 이르러 하늘의 명령, 하늘의 뜻을 헤아려 알게 됐다는 말씀이다.

글쎄. 보통 인간들도 50쯤 나이 들면 하늘의 뜻을 알게 될까? 어림없는 말씀이다. 그것은 오로지 공자님이시니까 그렇게 아신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구나 대놓고 자기 나이가 50이 됐으니 지천명의 나이라고 말하는 것은 망발 가운데 망발이다.

나이 50과 관련지어 생각나는 사람은 또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다. 톨스토이는 50세 이전까지는 아주 자유롭게, 호기롭게 산 사람이었다. 작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누릴 것은 모두 누리며 산 사람이었다. 건강과 돈과 명예와 사랑이 모두 그와 함께 있었다. 모든 일을 가능한 일로 알고 살았던 톨스토이. 그는 50세에 이르러 자신의 인생을 스톱시켜 놓고 회심(回心)의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통렬히 반성한 뒤 그 이후의 삶을 완전히 바꿔 살았다 한다. 지금까지 산 인생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산 인생이었다면, 그 이후의 인생은 남을 위한 인생이었다. 비로소 자기가 쓰고 싶은 작품을 쓰면서, 자기가 얻은 재화를 자기가 아닌 타인 그리고 세상을 위해 사용하면서, 나머지 인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32년. 참으로 장한 인생이다. 보통 사람은 꿈꾸기조차 어려운 아름다운 인생이었다.

그렇다면 인도 사람들은 또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까? 인도의 힌두교에는 인생 4단계론이 있다. 25세까지를 학습기(學習期), 50세까지는 가주기(家住期), 50세를 넘어 75세까지를 임서기(林棲期), 75세가 넘으면 유랑기(流浪期)라 한다. 참 특별한 인생 경영이다. 어쨌든 인생살이에서 50살은 매우 중요한 나이이고 어떤 계기로 보인다. 50살이 돼 무언가 이전의 삶과 다르게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로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하늘의 보살핌이 있고 신의 도움이 큰 사람, 행운의 사람이라 하겠다.

나의 생각은 그렇다. 사람이 쉰 살이 되어 비록 그렇게 분명하게 구분 지어 살 수는 없다 하더라도, 무언가는 좀 다르게 살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이전의 삶과는 다르게 살아 보려는 노력, 자기 삶의 족적을 돌아보고 스스로 반성해 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유소년기에 사람은 자신의 완성을 위해서 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가족이 생기고 이웃이 생긴 뒤로는 가정과 사회의 구성원으로 산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사람으로 사는 삶이다. 그렇게 살아 늙은 사람이 된다. 필경 그가 늙은 사람이 돼 신의 축복을 받고 선택을 입은 사람이라면, 그에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는 시간이 허락되리라고 본다. 누군가의 한 사람이 아니라 나를 위한 나, 독립된 한 개체로 살아가는 기간이 열리리라고 본다. 더욱 좋은 축복이 있고 신의 선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자기를 위해서 살면서 다시금 타인을 위해서 사는 삶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혼자만의 능력으로 늙은 사람이 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과 협력 안에서 늙은 사람이 된 것이다.

늙은 사람이 된 것도 커다란 은혜 입음이다. 그러므로 갚음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나눔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내가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식을 나누고, 내가 재능이나 재물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것들을 또 나눠야 한다. 그것만이 늙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나누게 되면 늙은 사람의 한탄과 고독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늙어서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젊은이 흉내를 내는 일이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늙은 사람은 늙은 사람이다. 만족이 있어야 한다. 유지하려고 해야지 확장하려고 해서는 낭패를 본다. 진정 그렇게 사는 것이 늙은 사람의 삶이고 또 그것이 늙은 사람의 명예를 지켜 주는 좋은 길이다. 요즘 흔히 듣는, 인생은 60부터다 혹은 70부터다 하는 말은 지나친 억지다. 거짓말이다. 속지 말고 속이지 말 일이다. 나는 일흔 살이 넘어 조금이라도 타인을 생각하면서 사는 삶을 알게 돼 매우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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