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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추행·불법촬영 현행범, 다른 여성 찍은 몰카는 무죄 왜?
“적법 절차 없이 휴대전화 압수…증거 무효”
먼지털기식 압수 관행 제동
2020년 09월 17일(목) 22:35
자고 있는 여성을 강제추행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남성의 휴대전화에서 다른 여성 신체를 몰래 찍은 동영상 파일이 여러 개 나왔다.

경찰은 이 남성이 자고있던 여성에게 저지른 범죄 뿐 아니라 다른 여성을 몰래 촬영한 사실도 확인, 성폭력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다른 여성들을 촬영한 죄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경찰이 불법 동영상 촬영물을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는데 왜 처벌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걸까.

A씨는 지난해 4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현장에서 체포됐다. A씨가 함께 술을 마시고 같은 방에서 잠을 자던 일행 중 한 명인 B씨를 강제추행했고 몰래 촬영한 사실이 B씨에게 발각되면서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 휴대전화에 B씨를 촬영한 영상을 확인, 압수수색 영장 없이 해당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경찰은 A씨를 경찰서에 데려간 뒤 휴대전화를 검색, B씨 외에 다른 여성 2명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 파일 여러개를 발견해 복제하는 방법으로 압수했다.

경찰은 이후 여죄를 확인하기 위해 A씨 휴대전화에 대한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휴대전화 확인 결과 B씨 외에 다른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확인했다’는 점을 압수수색 사유로 적시했다.

법원은 휴대전화를 특정해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을 거쳤지만 추가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데 따라 기존 B씨에 대한 불법촬영 및 준강제추행 혐의와 2명의 다른 여성들에 대한 범죄 사실(성폭력특별법상 카메라 등 이용찰영)을 포함해 재판에 넘겼다.

광주지법 형사 12부(부장판사 노재호)는 “경찰이 영장 없이 현행범 체포 혐의 사실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다른 여성 2명에 대한 동영상 파일까지 검색, 압수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수사기관이 현행범으로 붙잡은 피의자에게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다른 범죄 증거를 찾았다고 해도, 별도의 증거 확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위법수집증거’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점을 들어 A씨에 대한 범죄사실 중 B씨를 상대로 불법촬영 및 준강제추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다른 여성들에 대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 증거를 신속하게 수집하기 위해 영장없이 허용하는 압수 범위도 체포 혐의와 직접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로 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면 문자메시지의 경우 키워드 검색, 대상 폴더와 검색 기간을 한정하는 방식으로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이 강제 수사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일부 증거를 ‘무효’라고 판시, 수사기관의 먼지털기식 압수수색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