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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날짜 미리 공개…교육청의 이상한 몰카 단속
소리만 요란…1건도 적발 못해
범죄자 흔적 지울 시간만 줘
매달 육안검사 지시 논란도
2020년 09월 10일(목) 00:00
학교 내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 전수조사 결과 단 1건의 적발건수도 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 지역 교육계의 ‘안일한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 후속조치로 하달된 정기검사 업무까지 떠 안게 되면서 관계 교·직원간 업무분장 논란도 일고있다.

9일 광주시·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교육청별로 전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학교 내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긴급점검 한 결과 광주·전남을 포함해 대부분 점검이 끝난 현재까지 적발 건수가 1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긴급점검은 김해와 창녕에서 현직 교사들이 교내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잇달아 적발되며 교내 성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후속 조처였다.

하지만 이 ‘요란한 전수조사’를 놓고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단속 계획을 공표한 탓에 범죄자들에게 불법 촬영 카메라를 회수할 시간을 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긴급점검을 시작할 테니 학교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숨긴 범죄자들은 알아서 조심하라’는 신호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점검과정과 후속조치에서 드러난 시 교육청의 미흡한 대처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시 교육청은 학교 불법촬영 문제에 대한 교육부의 전수조사 지침을 받은 뒤, 2018년 구입한 관련 장비가 최첨단화 된 불법 카메라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2100여 만원의 예산을 들여 외부업체에 용역을 주고 조사를 진행하면서 기한 안에 점검을 마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의회 김점기 의원은 “적발 장비를 구입 후 한 차례도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안일한 행정은 뒷전으로 하고 외부업체 용역으로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식 발상이다”고 질타했다.

전수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로 일선학교에 하달된 ‘정기적인 점검’ 업무도 논란이다. 앞으로 시행할 정기점검을 보건교사가 해야할 지 행정실 직원이 할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교육청에서 확보하고 있는 장비가 무용지물인 상태에서 경찰 등 관계기관과 연계한 정기점검이 쉽지않다는 것도 문제다.

이와 관련 광주의 한 중학교 교사는 “단속장비도 미흡한 상황에서 매달 점검을 하라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첨단장비로도 적발하기 어려운 불법 카메라를 육안으로 찾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