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여수 금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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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여수 금오도
깎아지른 해안절벽 따라 명품 비렁길…스트레스 훨훨~
2020년 08월 18일(화) 00:00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따라 조성된 여수 금오도 비렁길. 함구미 마을 뒤 산길에서 바다를 끼고 도는 5개 코스로 구성됐다. /광주일보 DB
◇해안절벽 명품 비렁길 간직

“겨우 30분 배 타고 들어가는데 섬이랄 것도 없다”는 이들이 있다면? “이 무슨 섭한 말씀!”이라고 반박해주고 싶은 곳. 해안절벽이 아름다운 섬, 보는 것조차 아까워 숨겨두었던 섬 여수 금오도로 찾아가 본다.

해양관광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여수에는 유·무인도를 포함해 300개가 넘는 섬이 있다. 이 가운데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25㎞ 떨어진 남면 두모리의 금오도는 많은 이들이 찾고 싶어하는 섬 중에 하나로 꼽힌다.

금오도는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2020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개 섬’에 포함된 곳이기도 하다. 금오열도의 중심 섬으로 면적은 27㎢, 해안선 길이 64.5㎞로 여수에서는 돌산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숲이 무성하게 우거져 섬이 검게 보인다고 해서 ‘거무섬’으로도 불렸고, 생김새가 큰 자라를 닮았다고 해서 황금 ‘금(金)’ 자라 ‘오(鰲)’를 써서 ‘금오도’라 불린다.

금오도에 전해오는 전설이 하나 있다. 옛날 옛적, 옥녀봉에서 선녀들이 달밤에 베를 짜다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바닷가로 내려왔는데 그곳에 반해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밤새도록 목욕을 하며 놀다가 결국 승천하지 못하고 소나무로 변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선녀들도 반했다는 신비로운 섬이 바로 이곳 금오도다.

금오도까지 들어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 다리가 이어졌다면 시간 관계없이 이동할 수 있겠지만, 바다를 건너야 하는 탓에 뱃시간을 맞춰야 한다. 다행히 금오도까지 갈 수 있는 뱃길은 많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과 백야도 선착장, 돌산 신기항에 각각 금오도까지 가는 배가 준비돼 있다. 여수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금오도 여천터미널까지 1시간 소요되지만 돌산 신기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25분이면 도착한다. 여수시에서 신기항까지 시내버스를 이용할 경우 1시간 넘게 소요되는 단점이 있지만, 배멀미가 있다면 돌산에서 출발하는 배를 추천한다. 돌산 신기항은 하루 7차례 금오도행 선박을 운항하기 때문에 섬 여행이 수월하기도 하다.

금오도의 매력은 단연 해안절벽을 거니는 ‘비렁길’을 꼽을 수 있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사투리다. 비렁길은 남해안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안단구의 벼랑을 따라 조성됐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바다가 보이는 해안도로 전체가 걷기 코스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바다 풍광을 배경으로 해안가의 깎아지는 듯한 절벽을 따라 조성된 18.5㎞의 벼랑길은 짜릿하기까지 하다. 뷰 포인트에 잠시 멈춰 바라보면 그곳이 바로 힐링 천국이다.

비렁길은 함구미 마을 뒤 산길에서 바다를 끼고 도는 5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1코스는 함구미 선착장에서 미역널방, 송광사절터, 신선대, 두포까지 5㎞(2시간 소요) 구간이다.

비렁길 1코스에서 내려다 본 금오도 마을 전경. <여수시 제공>
1코스는 숲 속에 자라는 다양한 식생을 접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으로도 불린다. 함구미에서 오솔길을 따라 30여분 걷다보면 발끝으로 내려다보는 미역널방의 비경이 숨이 막힐 정도로 웅장하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전설이 살아있는 송광사 절터는 지나면 섬 지역의 독특한 장례풍습을 엿볼 수 있는 초분,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신선대가 있다.

2코스는 처음으로 사람이 들어와 살아서 첫개 또는 초포라 불리는 두포마을에서 시작된다. 굴등전망대, 촛대바위, 직포까지 이어지는 3.5㎞(1시간 30분 소요) 코스다. 바다전망이 일품인 굴등전망대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던 촛대바위가 인상적이다.

300년 넘은 해안 노송이 인상적인 직포에서 시작되는 3코스는 갈바람통전망대, 매봉전망대, 비렁다리, 학동까지(3.5㎞·2시간 소요) 이어진다. 붉은 동백숲과 굽이굽이 벼랑을 에워싸는 천연 목재길로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해안단구를 따라 이어지는 기암괴석과 에메랄드빛 해안길이 비렁길의 진수를 보여주며 비렁다리의 아찔함이 재미를 더하는 코스다. 가장 힘든 코스지만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도 꼽힌다.

비렁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숲을 만날 수 있다. 과거 조선 왕실 궁궐 건축 목재로 사용됐던 황장목이 자라는 금오숲이다. 황장목(黃腸木)은 연륜이 오래된 소나무로, 질이 좋아 예로부터 임금의 관(棺)을 만드는데 쓰던 목재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까지 금오도는 나라에서 민간인의 출입과 벌채를 금지하고 특별히 관리해왔다고 전해온다.

4코스는 비렁길 코스 중 가장 짧은 코스다. 학동에서 사다리통전망대, 온금동전망대, 심포까지 3.2㎞(1시간 30분소요)가 이어져 등산이 부담스러운 탐방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온금동에서 심포까지 이어지는 해안선길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며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다.

마지막 5코스는 심포에서 막개전망대, 숲구지전망대, 장지까지 3.3㎞(1시간 30분 소요) 구간이다. 망산봉수대에서 바라본 풍경이 압권이다. 깎아지른 절벽에 뿌려진 시루떡 모양의 납작한 돌들이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함을 선보인다. 장지마을에 가까워지면 안도가 한눈에 들어와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금오도 비렁길 이용자들이 지켜야 할 안전수칙이 있다. 사전에 코스 정보를 충분히 알고 난 다음 출발하도록 하며 여성 등 1인 탐방객은 다른 탐방객들과 함께 걷기를 권한다. 오후 6시까지(겨울철 오후 5시)는 탐방을 마치도록 하고 인적이 드문 곳은 나홀로 탐방을 권하지 않는다. 수시로 자신의 위치와 안전여부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리도록 한다.◇해안도로·일출 일몰 풍경도 일품

금오도의 서안이 비렁길이라면 동안은 해안도로다. 해안도로는 섬 특성상 교통량이 많지 않아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 사랑받는 섬 투어 코스로 명성이 높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금오도 캠핑장과 안도대교를 지나 안도 동고지 마을을 만날 수 있다.

폐교를 이용해 만들어진 금오도 캠핑장은 오토캠핑과 글램핑장,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까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힐링의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동고지 마을은 지난 2014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정 명품마을로 TV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촬영지로도 많이 알려졌다. 벼랑 위 절경 해송군락과 마을에 이르는 동백군락을 지나면 동그랗게 바다를 품고 있는 동고지 명품마을을 만날 수 있는데 10여 가구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마을에서는 사전 예약을 통해 방풍 따기 등 생태관광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금오도 방풍은 다도해 청정해풍이 키운 건강한 식재료다. 뿌리는 한약재로 쓰이지만 잎은 나물로 먹기 때문에 방풍나물로 더 알려져 있다. 해풍을 맞고 자라 향긋하며 쌉사래한 맛이 일품이다.

안도어촌체험마을에서는 선상낚시, 좌대낚시, 동고지 일출사진찍기, 갯바위 낚시체험, 슬로우 푸드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안도해변은 모래가 하얗고 맑아 ‘백금포 해변’이라 불리며 여름철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동고지 반대편의 서고지항은 천혜의 낚시터로 알려졌다. ‘낚시관광형 다기능어항’으로 조성돼 금오도 비렁길과 연계한 가족형 레저휴양지로 기대되는 곳이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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