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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혁명, ‘빨주노초파남보’는 어떻게 탄생했나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색의 역사
알렉산드라 로스케 지음, 조원호·조한혁 옮김
2020년 08월 07일(금) 00:00
영국 곤충학자 모지스 해리스의 색상환.
영국 색채 연구가 조지필드의 색상환.
“아이작 뉴턴이 17세기 말에 무지개의 수수께끼를 풀어낸 덕분에 예술가들은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무지개의 다양한 색은 빛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주로 어둠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되는 것으로 설명되었는데, 이는 가장 명쾌하게 드러내는 현대적인 개념이자 이미지였다. 무지개의 스펙트럼은 순수하고 단순하면서도 보편적인 순서로 받아들여졌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었으나 주로 반지나 바퀴 또는 프리즘을 통과하는 빛으로 묘사되었다. 이는 특히 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낼 때 시각적이고 개념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본문 중에서)



스웨덴 힐마 아프 클린트의 1915년 작품 ‘제단화’는 순수한 색과 명징한 형태가 특징이다. <미술문화 제공>
예술가의 팔레트는 개인의 취양은 물론 광범위한 문화적 맥락을 상징한다. 이 말은 미술사가이자 큐레이터인 알렉산드라 로스케의 견해다. 즉 예술가의 팔레트는 당시에 사용했던 화구의 종류 뿐 아니라 색이 어떻게 준비되고 활용됐는지를 보여준다는 의미다.

현존하는 초기 화구 상자 가운데, 이집트 비지에르 아메네모페가 사용하던 것이 있다. BC 1427~1401년경으로 추정되는데 우묵한 홈에 파란색 유리 안료, 붉은 황토색 등 모두 다섯 가지 물감이 채워져 있다. 이 화구 상자는 3500년 전 쓰였던 물감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로스케가 발간한 ‘색의 역사’는 세상에 색을 입힌 결정적 순간들을 조명한다. 뉴턴부터 팬톤까지 이르는 시기,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서의 색을 들여다본다. 2015년부터 로열 파빌리온과 브라이턴 뮤지엄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특히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 유럽 예술과 건축에 관심이 많다.

먼저, 저자는 ‘빨주노초파남보’에서 ‘클래식 블루’까지에 이르는 색의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언급한대로 뉴턴은 1704년 백색광을 분해해 무지개 스펙트럼을 밝혀냈다. 빨주노초파남보가 탄생한 순간이다. 바야흐로 색채 혁명이 시작됐는데, 당시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던 색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이후 본격적인 색 연구가 가시화됐다. 처음에는 초보적인 수준이었는데, 초기 연구자들은 섞을수록 검은색이 되는 물질적인 색조차 구별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비물질적인 색(RGB)을 물질적인 색(CMYK)으로 변환해 컬러 인쇄에 활용할 만큼 발전했다.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 컬러칩은 색이 30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2020년 팬톤은 올해의 색으로 클래식 블루를 선정했다. “클래식 블루는 의지할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을 지니고 싶어 하는 우리의 염원에 부응하는 컬러”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인간의 속성과 색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18세기 초반부터는 색상 체계와 다이어그램이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 디자인으로 활용됐다. 책에는 색채 연구에 앞장섰던 화학자와 미술가 등이 고안한 다양한 색상환이 실려 있다. 영국의 예술가 로버트 아서 윌슨은 색의 순서를 음악의 하모니와 연관해 생각했다. 초창기 다이어그램에는 삼각형, 다이아몬드, 별모양 외에도 색 지구본, 피라미드 등 실험적 형태가 많았다.

“지금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진 인쇄와 대형 실크 스크린 인쇄, 디지털 컬러 시스템까지 나온 상태다. 다양한 이미지를 담은 이러한 인쇄물은 특정한 시기에 색을 사용하고 이해했던 방식을 보여준다.”

책에 실린 원본들은 색에 대한 인류의 열정을 대변한다. 사실 색은 구상과 추상의 어느 경계에 있다. 눈앞에 펼쳐진 실체이면서 발견해야만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미의식과 관념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색의 역사를 파헤치는 과정은 세상을 시각화하고자 했던 이들의 노력을 살펴보는 일이다. 이 말은 이렇게도 바꿔 말할 수 있겠다. “색이 지닌 뛰어난 추상성은 이미지에 무한한 보편성을 부여한다”고.

<미술문화·3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