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5개 보석같은 섬 ‘찾아가는 섬’이 되다
‘블루투어’ 전남 섬의 재발견
![]() 신안 대기점도 선착장에 조성된 건강의 집(베드로)과 순례종. |
가우도, 금오도, 기점·소악도, 반월·박지도, 생일도, 연홍도, 청산도….
전남 서남해에는 2165개의 보석 같은 섬들이 흩뿌려져 있다. 전국 섬의 64.5%를 차지하는 다도해는 전남의 비교우위 자원이다. 전남도의 ‘찾아가는 섬’과 ‘블루 투어’(Blue Tour·해양관광) 정책은 쇠락한 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순례자의 섬’ 12사도 순례길 기점·소악도=“‘코로나 19’ 때문에 예배를 못 드리고 있어요. 기점도 여러 예배당을 들러 기도드리고 묵상할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천주교 신자 60대 부부는 최근 기점·소악도를 찾았다. 신안군 압해읍 송공항에서 여객선 ‘천사 아일랜드호’(170t)에 승선해 대기점도 까지는 1시간여 거리. 선착장에 자리한 코발트색 돔과 하얀 벽체를 한 그리스 산토리니 풍의 ‘건강의 집’(베드로·작가 김윤환)이 순례객을 맞는다. 푸른색 문을 밀고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작은 십자가 아래 세로로 길쭉한 창이 눈길을 끈다. 자그마한 제단에는 촛대 2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아담하고 단정한 공간에 앉아 묵상을 하거나, 창 너머 바다와 섬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절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듯 하다.
신안군 증도면 기점·소악도는 ‘순례자의 섬’으로 불린다. 전남도의 2017년 ‘가고 싶은 섬’ 대상지로 선정된 후 전남도와 신안군, 주민들이 함께 2년여에 걸쳐 땀방울을 흘린 결과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5개의 크고 작은 섬에 12사도의 이름을 딴 12개의 공공 건축미술 작품이 세워졌다. 김윤환·이원석·박영균·손민아·강영민·김강 등 한국 작가와 장 미셀 후비오(프랑스) 등 해외작가가 참여했다. 대기점도 선착장에 있는 1번 ‘건강의 집’(베드로)에서 딴섬에 자리한 12번 ‘지혜의 집’(가롯 유다)까지 12㎞ 거리. 순례객들은 섬과 섬에 놓인 12개의 작은 공공건축물(예배당)을 잇는 ‘12사도 순례길’을 걸으며 ‘나를 찾는 여행’을 한다.
과거 소외의 상징이었던 섬은 이제 청정 블루(Blue) 자원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섬은 모두 3352개. 이 가운데 전남지역에64.5%인 2165개(유인도 276개)가 자리한다. 전남도는 ‘섬과 바다’를 핵심주제로 한 ‘블루 투어’(Blue Tour)를 역점시책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 2015년부터 ‘가고 싶은 섬’을 매년 선정, 독특한 그 섬만의 콘텐츠를 입혀 살고 싶고, 가고 싶은 섬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8월 8일을 ‘섬의 날’ 기념일로 정했다. 섬 가치의 재발견이다.
◇소외의 상징에서 미래 해양자산으로 변모한 섬=섬은 1960~1970년대 정부의 국토 종합개발 과정에서 뒷전에 밀려나 있었다. 정부가 ‘도서개발 촉진법’(1986년)을 제정한데 이어 10개년 단위의 ‘도서(島嶼) 종합개발 계획’을 세운 때는 1988년에 이르러서였다. 이후 2000년대 들어 행정자치부(명품섬 사업)와 문화체육관광부(가고 싶은 섬), 국토교통부(국토끝섬 관광자원화), 국립공원공단(명품마을 조성사업) 등 각 부처별로 다양한 섬 정책이 추진됐다.
전남도는 지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24개 섬을 선정,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을 진해오하고 있다. 이전 사업이 도서 종합개발사업 등 하드웨어 위주였다면 ‘가고싶은 섬 가꾸기’는 섬 고유의 생태·문화자원 등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주민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는 섬 정책이다. 사업 첫 해인 2015년에 6개 섬(여수 낭도, 고흥 연홍도, 강진 가우도, 완도 소안도, 진도 관매도, 신안 반월·박지도)을 시작으로 ▲2016년 보성 장도, 완도 생일도 ▲2017년 여수 손죽도, 신안 기점·소악도 ▲2018년 진도 대마도, 완도 여서도 ▲2019년 무안 탄도, 신안 우이도 ▲2020년 영광 안마도, 신안 선도 등 매년 2개섬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대상 섬에는 주민 역량강화와 함께 탐방로 개설, 게스트하우스·마을 공동식당 건립 등 관련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전남도는 부산시, 경남도와 함께 오는 2030년까지 ‘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을 추진한다. 주요 사업으로 섬과 갯벌, 해안선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하나로 묶는 ‘남해안 테마섬 개발 관광벨트 조성’과 ‘연륙연도교 등 산업 및 관광거점 연결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이 추진된다. 도는 여수시와 함께 2026년에 ’여수 세계 섬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섬 개발하며 섬 고유의 정체성 잃지 말아야=전남도는 지속가능한 섬 개발에 대한 체계적 현장지원을 위해 2018년 11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섬 발전지원센터’를 개소한 바 있다. ‘섬 여행 전문 플랫폼’인 ‘가고싶은 섬’(www.jndadohae.com)과 ‘About 전남의 섬’(islands.jeonnam.go.kr) 홈페이지에서 전남 섬 정보아 토속 섬음식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과거에는 흑산도와 홍도, 거문도와 같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섬들에 사람들이 몰렸다. 그렇지만 이제는 개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자그마한 섬에 여행자들의 발길이 모아지고 있다.
섬 전체가 ‘예술의 섬’으로 변신한 고흥 연홍도를 비롯해 ’슬로시티’ 완도 청산도와 ‘보라색(Purple) 섬’인 신안 반월·박지도, ‘순례자의 섬’으로 조성된 기점·소악도, 해안 기암절벽을 따라 걷는 여수 ‘금오도 비렁길’ 등이 최근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전남 섬들은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행정안전부), ‘휴양하기 좋은 섬’(문화체육관광부)에 선정되는 등 여행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 전남도 섬 관련 정책은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까?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논문 ‘섬자원 이용형태와 지속가능한 섬발전 전략’(2016년)에서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가의) 섬개발이 해양리조트 기반시설과 해양관광 SOC(사회간접자본) 확충, 어촌관광 휴양지 조성 등 하드웨어적인 사업 위주로 진행돼 난개발로 이어지고 섬 생태·문화자원을 훼손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사업들이 ‘섬 주민을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만드는 방식’으로 추진돼 더 큰 문제였다고 분석한다.
또한 전남도에서 추진하는 ‘가고싶은 섬’의 가장 큰 성과로 ‘섬 가치의 인식제고’를 꼽으면서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를 위해 ▲중앙정부는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정책에서 수요자(주민·여행객)에 맞는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제도마련 ▲광역지자체는 섬 생태·문화경관을 보전하고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주민과 함께 섬 생태·문화자원을 지켜내기 위한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귀어자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 등 정책을 제시한다.
특히 ‘섬 정체성’(Islands Community) 훼손하는 개발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우선시하고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에 둔 섬 개발·발전전략을 수립할 것을 강조한다.
“섬이 섬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섬의 ‘환경 수용력’을 존중해야 한다. 섬도 ‘섬’으로 존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 권리는 현 세대만 아니라 미래 세대와 ‘섬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전제다. 이를 위해서 섬 자원의 이용방식을 개발이 아니라 보전과 현명한 이용으로 바꿔야 한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전남 서남해에는 2165개의 보석 같은 섬들이 흩뿌려져 있다. 전국 섬의 64.5%를 차지하는 다도해는 전남의 비교우위 자원이다. 전남도의 ‘찾아가는 섬’과 ‘블루 투어’(Blue Tour·해양관광) 정책은 쇠락한 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지혜의 집(가롯 유다) |
광주광역시에 사는 천주교 신자 60대 부부는 최근 기점·소악도를 찾았다. 신안군 압해읍 송공항에서 여객선 ‘천사 아일랜드호’(170t)에 승선해 대기점도 까지는 1시간여 거리. 선착장에 자리한 코발트색 돔과 하얀 벽체를 한 그리스 산토리니 풍의 ‘건강의 집’(베드로·작가 김윤환)이 순례객을 맞는다. 푸른색 문을 밀고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작은 십자가 아래 세로로 길쭉한 창이 눈길을 끈다. 자그마한 제단에는 촛대 2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아담하고 단정한 공간에 앉아 묵상을 하거나, 창 너머 바다와 섬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절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듯 하다.
과거 소외의 상징이었던 섬은 이제 청정 블루(Blue) 자원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섬은 모두 3352개. 이 가운데 전남지역에64.5%인 2165개(유인도 276개)가 자리한다. 전남도는 ‘섬과 바다’를 핵심주제로 한 ‘블루 투어’(Blue Tour)를 역점시책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 2015년부터 ‘가고 싶은 섬’을 매년 선정, 독특한 그 섬만의 콘텐츠를 입혀 살고 싶고, 가고 싶은 섬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8월 8일을 ‘섬의 날’ 기념일로 정했다. 섬 가치의 재발견이다.
![]() 하의도 삼도대교 <전남도 제공> |
전남도는 지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24개 섬을 선정,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을 진해오하고 있다. 이전 사업이 도서 종합개발사업 등 하드웨어 위주였다면 ‘가고싶은 섬 가꾸기’는 섬 고유의 생태·문화자원 등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주민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는 섬 정책이다. 사업 첫 해인 2015년에 6개 섬(여수 낭도, 고흥 연홍도, 강진 가우도, 완도 소안도, 진도 관매도, 신안 반월·박지도)을 시작으로 ▲2016년 보성 장도, 완도 생일도 ▲2017년 여수 손죽도, 신안 기점·소악도 ▲2018년 진도 대마도, 완도 여서도 ▲2019년 무안 탄도, 신안 우이도 ▲2020년 영광 안마도, 신안 선도 등 매년 2개섬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대상 섬에는 주민 역량강화와 함께 탐방로 개설, 게스트하우스·마을 공동식당 건립 등 관련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전남도는 부산시, 경남도와 함께 오는 2030년까지 ‘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을 추진한다. 주요 사업으로 섬과 갯벌, 해안선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하나로 묶는 ‘남해안 테마섬 개발 관광벨트 조성’과 ‘연륙연도교 등 산업 및 관광거점 연결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이 추진된다. 도는 여수시와 함께 2026년에 ’여수 세계 섬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어린왕자와 여우가 반겨주는 반월도 상징 조형물. |
과거에는 흑산도와 홍도, 거문도와 같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섬들에 사람들이 몰렸다. 그렇지만 이제는 개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자그마한 섬에 여행자들의 발길이 모아지고 있다.
섬 전체가 ‘예술의 섬’으로 변신한 고흥 연홍도를 비롯해 ’슬로시티’ 완도 청산도와 ‘보라색(Purple) 섬’인 신안 반월·박지도, ‘순례자의 섬’으로 조성된 기점·소악도, 해안 기암절벽을 따라 걷는 여수 ‘금오도 비렁길’ 등이 최근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전남 섬들은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행정안전부), ‘휴양하기 좋은 섬’(문화체육관광부)에 선정되는 등 여행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 전남도 섬 관련 정책은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까?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논문 ‘섬자원 이용형태와 지속가능한 섬발전 전략’(2016년)에서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가의) 섬개발이 해양리조트 기반시설과 해양관광 SOC(사회간접자본) 확충, 어촌관광 휴양지 조성 등 하드웨어적인 사업 위주로 진행돼 난개발로 이어지고 섬 생태·문화자원을 훼손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사업들이 ‘섬 주민을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만드는 방식’으로 추진돼 더 큰 문제였다고 분석한다.
또한 전남도에서 추진하는 ‘가고싶은 섬’의 가장 큰 성과로 ‘섬 가치의 인식제고’를 꼽으면서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를 위해 ▲중앙정부는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정책에서 수요자(주민·여행객)에 맞는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제도마련 ▲광역지자체는 섬 생태·문화경관을 보전하고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주민과 함께 섬 생태·문화자원을 지켜내기 위한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귀어자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 등 정책을 제시한다.
특히 ‘섬 정체성’(Islands Community) 훼손하는 개발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우선시하고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에 둔 섬 개발·발전전략을 수립할 것을 강조한다.
“섬이 섬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섬의 ‘환경 수용력’을 존중해야 한다. 섬도 ‘섬’으로 존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 권리는 현 세대만 아니라 미래 세대와 ‘섬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전제다. 이를 위해서 섬 자원의 이용방식을 개발이 아니라 보전과 현명한 이용으로 바꿔야 한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