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반인권적 체육문화 이번엔 꼭 개선을
2020년 07월 07일(화) 00:00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고(故) 최숙현 선수(철인3종경기)에게 폭행·폭언한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감독과 선수 2명 등이 국회에서 관련 혐의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번 사건 이후 경주시청 팀 소속 다른 선수 피해자들까지 나서 폭력 외에 성희롱까지 당했다는 증언을 내놓고 있는데도.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어디선가 본 듯한 씁쓸한 풍경이다. 문득 ‘광주의 5월’이 겹쳐진다.

최 선수는 경주시청팀 감독과 ‘팀 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등에게 숱한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 관계기관에 수차례 진정을 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지난 2월부터 대한철인3종협회나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는 물론 경주시청과 경주경찰서 등에도 피해 신고를 했지만 진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 준 곳은 거의 없었다.

최 선수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하루 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고,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그 사람들 죄를 밝혀 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엄마가 무슨 힘이 있으랴마는 국가기관으로부터 외면받았던 가녀린 소녀가 마지막으로 호소할 곳은 가족밖에 없었던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비극을 봐야 하는가.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문화나 인권침해는 정녕 뿌리 뽑을 수 없는 것인가.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폭력적인 문화를 바로잡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국은 반인권적 체육문화 개선을 약속했지만 말만 요란했을 뿐 개선이 되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전모를 밝히고 엄벌에 처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 오는 8월 출범하는 스포츠윤리센터에 특별사법경찰관을 도입하는 법 개정도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최 선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지금도 아프게 귓전을 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