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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100세 누리려면 일단 서서 움직이세요”
[‘100세 넘어 사는 법’ 연구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꾸준히 움직이고 좋은 음식 먹고 사람들과 행복한 관계 쌓는 게 장수 비결
기저질환도 습관 고치면 예방…코로나19, 삶의 패턴 바꾸라는 화두 던져
2020년 06월 30일(화) 05:00
“‘자람’과 ‘노화’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해가 갈수록 전보다 좋아지면 자라는 것이고, 나빠지면 노화하는 것이죠. 이 차이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노력하면 99세에서 100세가 되면서도 ‘자랄’ 수 있어요.”

노화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박상철(71) 전남대 연구석좌교수가 최근 광주일보와 만났다.

광주 출신인 박 교수는 서울대, 가천암당뇨연구원, 삼성종합기술원 웰에이징센터,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에서 활동했다. 1987년 서울대 체력과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하며 노화 연구를 시작해 30여년 동안 ‘100세 넘게 사는 법’을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노인학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국내 의학분야 최초로 2020년 시노 필 아시아 국제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이 듦’이 곧 죽음·퇴행으로 이어진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하는 그는 “노화는 죽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명체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를 두고 각각 ‘증식하라’는 신호를 보내면, 젊은 쪽이 빠르게 증식하죠. 그런데 독성 자극을 줬을 때도 젊은 세포가 더 빨리 죽습니다. 노화는 증식을 포기한 대신 생존을 택한 것이죠.”

박 교수가 말하는 장수(長壽) 키워드는 운동·영양·관계다. 그는 “꾸준히 움직이고, 채소·발효식품 등 좋은 음식을 먹고, 사람과 자주 만나며 행복한 관계를 쌓으면 된다”며 “적극적으로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생활습관을 갖는 게 ‘웰 에이징(aging·나이 듦)’의 열쇠”라고 말했다.

최근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도 이와 관련돼 있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젊은 층 치사율이 0.2%에 불과한 데 비해 노인은 20%로, 100배 더 치명적이라는 점을 짚었다.

“언뜻 보면 ‘노화’가 원인으로 보이지만, 사실 사망요인 90%가 폐 기능저하·당뇨·비만·고혈압 등 기저질환이었지요. 생활습관을 고치면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에요.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삶의 패턴을 바꾸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죠.”

박 교수는 이어 ‘구곡순담’(구례·곡성·순창·담양) 등에서 만난 ‘100세인’들을 예로 들었다. 박 교수는 “그 분들은 예상과 달리 ‘팔팔’했다. 팔굽혀펴기를 30개 넘게 하고, 지게를 지고 밭일을 하러 나가곤 했다”며 “힘없이 시들어 죽어가는 게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이고 관계를 만들며 노화가 아닌 성장을 해 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호남의 ‘공동체 정신’도 장수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들른 구곡순담은 모두 호남 지역이면서 세계적인 ‘장수 벨트’로 꼽힌다.

박 교수는 “호남은 정자(亭子)를 동네 어귀에 짓고, 오가는 마을 사람들과 늘 소통하며 지냈다. 관계를 중시하는 습관이 지금의 ‘장수 마을’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의료 시스템, 사회안전망,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어 장수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공적 시스템이 좋아 세계 장수 국가 상위 5위에 안착한 상태”라며 “개인 노력만 더해진다면, 얼마든지 세계 최장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흔이 넘은 지금도 매주 2~3회씩 강연을 다니고, 해마다 논문 7~8여편을 쓰고 있다. 앞으로도 연구·강연을 계속하며 ‘긍정적인 노화’를 위한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든이든 아흔이든, ‘결코 늦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작년보다 더 건강하고, 더 열심히 일하는 자신을 만들어야 한다고요. ‘100세’ 미래를 위해, 축 처져있지 말고 일단 일어서서 움직이세요.”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