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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 쏴아~ 서늘한 바람…조용히 자연에 나를 맡긴다
‘코로나 블루’ 치유해주는 전남 행복숲 (1) 담양 만성리 대숲
8500평 숲에 굵은 맹종죽이 빼곡히
올해 가야 할 블루 이코노미 명품숲
피톤치드 농도·산소 발생량이 높아
피로회복·스트레스 조절 등에 효과
죽순 다 자란 이후인 6월 개방 예정
2020년 06월 09일(화) 00:00
하늘 높이 자라고 있는 맹종죽. 담양 만성리 대숲은 맹종죽으로만 이뤄져 있다.
4월 중순부터 올라온 녀석들이 제법 실하다. 어떤 녀석들은 벌써 어른 키보다 더 커져있다. 땅을 뚫고 세상을 본지 불과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성장이 빨라 어제 모습이 다르고 오늘 모습이 다른 게 죽순(竹筍)이다. 그래서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이 생겼나 보다.

“올 봄은 날씨가 추워서 예년보다 대나무 죽순이 늦게 올라온 편이에요. 죽순은 올라온 후 30~40일이면 키가 다 자랍니다. 그만큼 성장이 빠르다는 거죠. 한 달이면 키가 다 자라고 이후로는 몸통이 단단해지는 경화(硬化) 과정이 이어지죠.”

담양군 경관녹지담당 김은주 팀장의 설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요즘에는 밀폐되지 않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숲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피톤치드가 가득하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대나무 숲은 ‘코로나 블루’를 치유하는데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비가 온 뒤에 솟은 죽순은 30~40일이면 키가 다 자라고 이후 몸통이 단단해지는 경화 과정이 이어진다.
◇굵은 맹종죽 빼곡한 싱그런 산소숲

“쏴아~ 쏴아~” 대숲 한가운데 홀로서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자연에 몸을 맡겨본다. 바람소리인지, 바람에 몸을 맡긴 댓잎 소리인지 모를 자연의 소리가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청소해주는 것 같다.

‘대나무 골’ 담양은 죽녹원을 중심으로 곳곳에 대나무숲이 조성돼 있다. 대나무 면적만 2500여㏊에 달하며 매년 도로변과 하천 등에 대나무를 심으며 특화조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에 담양군이 최근 심혈을 기울여 관리하고 있는 곳이 담양읍 만성리에 있는 대나무 숲이다. 일명 ‘만성리 대숲’으로 불리는 이곳은 지난 1월 전남도가 선정한 ‘2020년에 가봐야 할 블루 이코노미 명품숲’에 선정되기도 했다.

블루 이코노미 명품숲은 잘 알려지지 않은 전남의 아름다운 숲을 발굴해 휴식과 힐링의 여행 명소로 관광자원화 하기 위한 것으로, 네티즌이 선정한 가장 방문하고 싶은 숲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죽순이 올라오는 4~5월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던 시기라 관람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죽녹원 뒤편으로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만성리 대숲은 하늘 높이 쭉쭉 뻗은 대나무가 2.8㏊(8500여평) 규모로 숲을 이루고 있다.

분죽과 왕대가 많은 죽녹원과 달리 만성리 대숲은 맹종죽으로만 이뤄져 있다. 개인 소유였던 곳을 10여년 전 담양군이 매입해 종죽장 형태로 관리해왔다.

맹종죽은 키가 높고 굵기 때문에 대나무류 중에서 맏형 격으로 평가받는다. 키는 10m에서 20m까지 크는 것도 있다. 키는 왕대와 비슷하지만 지름은 20cm 정도로 훨씬 굵다. 다른 대나무에 비해 죽순이 가장 먼저 나오고 식용한다고 해서 ‘죽순대’라고도 한다.

줄기는 청록색이며 줄기 마디에 흰가루가 보이는데 이 때문에 줄기가 가장 예쁜 대나무라고도 한다. 죽피에 흑갈색 반점이 있고 윤기가 적으며 매우 단단해 속이 비고 밑둥이 굵어 죽제품으로 널리 활용된다.

대나무는 보통 뿌리를 통해 번식이 이뤄진다. 대나무 뿌리를 지하경이라고 하는데 땅 속에서 뿌리가 번져나간다. 3~4년 동안 땅 속에서 활동을 하다가 죽순으로 올라오면서 하루에만 30~50㎝씩 우후죽순으로 자라난다.

뿌리 번식을 통해 자란다고는 하지만 건강한 숲 조성을 위해서는 적절한 간벌작업이 필요하다. 대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 잘 자라도록 불필요한 나무는 솎아내는 작업이다. 산책로에 자라난 죽순은 제거하고 오래된 나무들도 대상이다. 맹종죽은 오래되면 누렇게 변하기도 하는데 이럴경우 간벌작업을 통해 잘라주고 새로운 죽순을 키워주면서 초록 숲을 형성한다. 잘라낸 대통은 자원으로 활용한다. 담양 대표음식 중 하나인 대통밥에 사용되는 대통도 대부분 맹종죽을 이용한다.

대나무축제가 열리는 5월에 특히 관광객이 많지만 여름에는 4~7도까지 기온을 낮춰주기 때문에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아도 좋다. 특히 만성리 대숲은 겨울 눈내리는 날 찾아가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만성리 대숲에 세워져 있는 SBS드라마 ‘더킹:영원의 군주’ 촬영 소품.
◇숲의 기운으로 ‘코로나 블루’ 치유

숲 한가운데로 걸어가다 보니 성인 키 두 배 높이의 돌기둥 두 개가 세워져 있다. 본래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듯 얼핏 오래돼 보이는 이 돌기둥은 현재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 분)이 평행세계를 넘나드는 차원의 문으로 사용된 드라마 촬영 소품이다.

‘대나무 골’ 담양에는 힐링과 치유가 가능한 대나무 숲이 많은데 드라마와 영화, CF 촬영의 단골 장소이기도 하다. 만성리 대숲 뿐 아니라 전국 최대 관광명소가 된 죽녹원(담양읍)과 사유지인 대나나무골 테마공원(금성면)이 인기가 높다.

많은 사람들이 대나무 숲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는 누구에게도 무릎을 굽히지 않을 것 같은 강함이 느껴진다. 곧게 자라는 특징 때문에 지조있는 선비를, 대쪽같은 기질은 절개와 정절을 상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나무 숲을 찾으면 왠지 모를 안도와 위안을 받는다. 사방이 온통 하늘높이 솟은 대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지만 답답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대나무 숲을 산책하면서 숲의 기운을 받는 죽림욕(竹林浴)은 ‘코로나 블루’ 치유에 제격이다. 대숲에서 발행한 음이온은 우리 몸의 혈액을 맑게 해주고 저항력을 증가시켜 건강에 도움을 준다. 특히 산소발생량이 높아 밖의 기온보다 4~7도나 낮다. 뇌에서 알파(∝)파의 활동을 증가시켜 스트레스 해소, 신체·정신적 이완운동, 심신의 안정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피톤치드 농도 역시 편백숲 못지 않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지난해 진주시험림의 대나무 숲의 피톤치드 농도를 측정한 결과 ㎥당 하루 평균 3.1㎍으로 도심보다 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백숲의 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피톤치드는 피로회복, 면역증진, 항염·항균, 스트레스 조절 등에 효과가 높다.

4~5월에 나는 죽순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기능을 높이고 피로회복, 고혈압 예방에 효능이 있어 음식으로 섭취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죽순을 무작위로 채취하는 건 금지돼 있다. 특히 만성리 대숲은 담양군에서 장기 계획으로 명품숲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곳이라 이곳 맹종죽 죽순은 대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절 채취를 금하고 있다. 죽순이 나올 즈음이면 대나무 지킴이가 상주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죽순 채취를 막고 새순이 다치지 않게 지켜주기도 한다.

만성리 대숲은 본래 원시림으로 보존할 계획으로 군에서도 별도로 홍보를 하지 않았던 곳이다. 지난 2014년 6월 국가중요농업유산 제4호로 지정해 보존 관리해 오면서 인근 지역민과 이곳을 아는 몇몇만 간혹 찾았다.

김은주 팀장은 “맹종죽 대숲을 좀 더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그동안 공식적으로 개방하지 않았다”며 “죽순이 다 자라난 이후인 6월 중후반부터는 일반인들의 방문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