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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성적표 ‘혈압’
2020년 06월 04일(목) 00:00
[김동규 한국건강관리협회 원장]
신체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생명과 직결되는 지표로 혈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단적으로 혈압이 기준치(수축기 120/이완기 80)를 초과해 올라가면 위험도가 높아지는데, 140/90이 되면 심장병 위험성이 두 배 증가한다. 현재 자신의 혈압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내 몸의 성적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질병은 연쇄 작용일 때가 많다. 한 가지 질환이 다른 질환을 부르고, 증상을 악화시키며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나간다. 질병 하나로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을 일이 하나 둘 따라 붙으며 두 배, 세 배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고혈압은 그 좋은 예다.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도 갑자기 위험 수치를 끌어 올리는 고혈압의 합병증은 충분히 우리에게 위협적이다. 가장 무서운 질환은 사실 통증이 없는 질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 관리에 있어서 정기적인 검진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평소의 식생활과 습관을 조절해야 하는 이유이다.

고혈압의 합병증은 높은 혈압으로 인해 혈관이 손상되고, 그 혈관을 흐르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 인체의 장기에 이상이 오는 것을 말한다. 주로 심장과 뇌, 신장, 눈 등에 문제가 생긴다. 고혈압의 재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혈압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비만과 운동 부족인데, 이 습관은 혈당을 상승시켜 당뇨병을 일으키게 된다. 고혈압과 당뇨, 각각으로도 위험한 두 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다면 우리 몸 안의 혈관은 점점 가속도가 붙으면서 파괴되기 시작할 것이다. 심장 주변의 큰 혈관부터 시작해 발과 손, 눈 등의 미세 혈관까지 파괴되면서 각종 합병증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신장이 망가지고 발을 자르거나 실명할 수도 있으며, 심근 경색 등의 혈관 질환으로 갑자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혈압을 관리하고 또 체크해야만 한다.

혈압은 항상 고정적인 수치가 아니다.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측정 전에 어떠한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서 비정상적인 혈압이 나올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백의 고혈압, 가면 고혈압, 혈압 변동성, 아침 고혈압 등의 혈압 용어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병원 밖에서는 정상 혈압인데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게 측정돼서 고혈압으로 오인되는 경우를 백의 고혈압이라고 부르고, 반대의 경우를 가면 고혈압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혈압을 잴 때는 일정한 상황을 유지해주는 것이 좋은데, 우리 생활이 대개 아침에는 비슷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일정한 신체 상황에서 측정하기에는 아침 혈압이 좋다. 아침에 잴 때 깨자마자 재면 오히려 불안정하고, 아침에 깨고 화장실을 다녀와서 안정 후에 앉아서 팔을 심장 높이로 식탁 위에 가볍게 올려놓고 측정하는 게 정확하다. 따라서 아침 혈압이 높다고 하는 사람 중 누워서 측정하거나 깨자마자 바로 측정했기 때문에 안정되지 않아서 높게 측정된 경우도 있다.

아침 5~7시 사이는 뇌졸중이 많이 생기는 시간대이다. 협심증, 심근 경색 등 심장병이 많이 생기는 시간 또한 아침 9시께이다. 뇌졸중, 심장병이 주로 아침에 생기기 때문에 아침에 변동 폭이 넓은 건 문제가 될 수 있어서, 한 가지 지표를 볼 땐 아침 고혈압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 진료실 혈압은 분명히 백의 효과를 나타낸다. 백의 효과를 최대한 줄인 정확한 혈압 평가가 중요하며, 가정 혈압 측정을 잘 활용하면 아침 고혈압, 백의 효과, 백의 고혈압, 가면 고혈압, 혈압 변동성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고혈압 예방을 위한 왕도는 없다. 다른 질환처럼 건강한 생활을 통해 예방하는 수 밖에 없다. 한 번 먹으면 치료되는 약이나 기술은 없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주기적인 운동과 식습관 조절, 금연·금주를 통해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 운동은 일주일에 3~4회 실시하고 회당 30분 이상 걷기,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 좋다.

음식도 염분을 최대한 줄이고 체지방률을 줄이기 위해서 적정량의 탄수화물과 지방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금연·금주는 혈압을 낮추고 심부전 증상을 호전시키며, 심혈관 질환 및 암 발생률 또한 줄일 수 있으니 꼭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찰이다. 대부분 스스로를 건강하다고 생각하며, 남들이 겪는 그런 질병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잊지 말자. 우리 생각보다 침묵의 살인자는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