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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화된 삶이 낳은 ‘진도’와 ‘나’의 다시래기
진도 출신 박남인 시인 ‘몽유진도’
2020년 06월 04일(목) 00:00
‘나를 만든 것은 8할이 진도의 바다와 들녘’

남녘 섬 진도의 박남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몽유진도’(문학들)를 펴냈다.

모두 80여 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은 체화된 삶이 낳은 ‘진도’와 ‘나’의 다시래기라 할 수 있다. 그의 시는 마치 “운명의 작두날 위에서 그 박자마저도 잊고 칼춤을 추는 자”의 노래처럼 다가온다. 그의 노래가 바로 시인 셈이다.

“나는 술집의 어린 사내였다/ 진달래가 피면 진달래 같은 술잔 속으로 숨는/ 술잔의 사내였다/(중략)/ 홍범도를 흉내 내며 바닥에 엎드리거나/ 어머니가 절대 안 물려준/ 비끼내 절 밑/ 하루 종일 막걸리와 낡은 파리채/ 술집의 술 동무 사내로 살았다”

위의 시 ‘나는 술집의 어린 사내였다’는 체화된 삶이 마치 봇물처럼 터져 나온 독백처럼 다가온다. 박 시인은 진도에서 태어나 유학과 노동운동 시절을 제외하면 줄곧 진도에서 살았다. 그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죽은 자를 위한 놀이가 결국은 산 자를 위무하는 놀이인 다시래기를 닮았다.

시인은 자신의 시 쓰기를 ‘상처의 기억을 나누는 행위이며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삶을 몽유한 자의 고백’이라고 정의한다. 꿈속에서 논다는 것을 몽유(夢遊)라 한다면, 몽유진도는 꿈속의 진도에서 논다는 의미로 확장된다.

임동확 시인은 추천사에서 “한국의 디오니소스 박남인은 ‘슬픔도 첫눈처럼 반가운’ 진도의 ‘만정상회’를 신전(神殿) 삼아 못다 한 그리움의 잔을 채우고 비우는 시인이다. 또 ‘기도와 신이 사라진 바다’를 향해 기꺼이 씻김의 술 한 잔을 뿌리는 제주(祭主)다”고 평한다.

한편 박 시인은 1991년 ‘노둣돌’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 ‘당신의 바다’를 펴냈다. 진도민예총 지부장, ‘진도문화’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