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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 핵연료 쌓이는데 ‘보관세 입법’ 누가 막나
영광군 등 원전 10개 지자체 ‘사용후핵연료 보관세’ 입법 요구
산업부 “이중과세” 반대에 20대 국회 상임위 못 넘고 좌절
영구처분장 40년 간 건설 못해 … “수도권에 있어도 이럴건가”
2020년 05월 25일(월) 00:00
영광 한빛원전 내 사용후 핵연료(폐연료봉) 저장 물탱크. 사용후 핵연료는 10만년 간 맹독성 물질을 내뿜는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인류 최악의 발명품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된 지역에 ‘사용후핵연료 보관세’를 지원하기 위한 법률안 제정이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24일 전남도와 영광군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 미래통합당 강석호·유민봉 의원이 사용후핵연료 및 그 외 방사성 폐기물을 과세 대상(지역자원 시설세)으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보관세 도입은 ‘이중과세’라는 산업통상자원부 반발에 밀려 소관 상임위원회(행안위) 벽을 넘지 못하고,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 5월 영광군을 비롯한 전국 10개 자치단체가 ‘사용후핵연료 보관세’ 도입 건의문을 발표하고, 전남도를 비롯한 원전 소재 5개 시·도 관계자가 청와대를 방문해 법률안 개정에 힘을 보태달라고 건의했으나 허사였다.

산업부는 지방세법에서 규정한 지역자원시설세(발전량 kWh당 1원)에 더해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폐기물에 추가로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이며, 이는 원전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법안 개정에 반대 입장이다.

그러나 전남도와 영광군 등 원전 소재 자치단체는 “산업부 주장은 엉터리다. 과세의 대상 및 목적이 다르다”며 “정부와 원전사업자가 제때 영구 처분장 건설을 못 하면서 지역에는 위험물질만 차곡차곡 쌓이고, 자칫 영구 핵폐기장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제도적으로 합당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정부때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위원회’도 2015년 6월 최종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사용후핵연료 보관비용은 매년 보관량에 따라 지급하되, 처분시설 혹은 원전 밖의 특정 시설로 이전하기 전까지 지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의 권고를 정부에 내린 바 있다.

이개호 의원은 이날 광주일보와 통화에서 “원전 소재 자치단체가 떠안는 위험에 합당한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도록 21대 국회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후핵연료 보관세’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광 한빛원전 한빛 1~6호기 내부 수조(물탱크)에는 2019년 9월 기준, 모두 6436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저장 중이다. 사용후핵연료보다 독성이 약한, 경주에 마련된 영구처분장으로 가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폐필터 등)도 200ℓ드럼 기준, 2만602드럼이 보관 중이다. 전국 5개 원전에서는 사용후핵연료 47만9980다발이 보관 중이며,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8만9762드럼이 보관돼있다.

이개호 의원 등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이 통과됐을 경우 전남도(영광)에는 매년 430억원의 추가 세수가 확보된다. 부산은 512억원, 경북 1450억원, 울산 6억원의 세수가 발생한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사용후 핵연료

연탄보일러를 돌리면 연탄재가 남듯, 원자력발전소를 돌리면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폐연료봉이 발생한다. ‘사용후핵연료 또는 고농도(고준위) 핵폐기물’로 불리는 폐연료봉은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맹독성 물질로, 무려 10만 년간 인간 생활권과 격리해야 한다. 미국·일본·독일 등 원전 운영국가 중 어떤 곳도 사용후핵연료를 영원히 인류와 격리할 수 있는 영구처분장 마련에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기술 확보의 어려움과 부지 선정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 유발 등 난제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원전에 보관 중이던 사용후핵연료가 피해를 더 키운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