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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목싸목 남도 한바퀴-광양] 신선함을 그대로 옮겨오다
[매화마을 매실]
비타민·무기질 풍부…해독작용·피로회복
매실청·장아찌·쨈·젤리 등 다양하게 활용
[섬진강 재첩]
1급수 서식 5~6월 제철…회무침·국물맛 일품
황달·간질환·숙취해소 탁월…악성 빈혈 예방
2020년 05월 19일(화) 00:00
섬진강 물빛 닮은 재첩은 껍질을 분리해 재첩국으로 끓여먹는다.
광양은 ‘철강’과 ‘항만’의 도시이다. 구봉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광양만 야경은 산업현장의 역동감을 느끼게 한다. 매화가 모두 진 매실농원에는 토실토실한 매실 열매가 나날이 커가고 물 빠진 섬진강에는 재첩을 잡는 어민들이 종종 눈에 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봄 여행이 쉽지 않았는데 어느새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강과 바다, 산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진 광양의 구경구미(九景九味) 매력을 찾아본다.



매실수확은 대개 6월 6일부터 25일 사이에 이뤄진다. 열매 속 씨가 제대로 여문 후 수확해야 숙성과정에 씨 속의 독성배출을 막아준다.
◇땅이 선물한 만병통치약 매실

4월 초 찾은 광양시 다압면 홍쌍리 청매실농원. 매화 꽃이 다 지고 초록잎이 가득하다. 연둣빛 매실 열매도 콩알만큼 자라기 시작했다. 여느때 같으면 매화축제가 열리고 사람들로 넘쳐났을 테지만 ‘코로나19’로 축제가 취소되면서 마을 입구부터 넘쳐나던 자동차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삼삼오오 농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간간이 눈에 띈다.

“어느 날은 산에 가니까 매화꽃이 펑펑 우는 거에요. ‘야야 니 와 우노’ 했더니 ‘엄마야, 마스크 부대가 무서바서 운다’ 하는 거에요.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이 매화꽃이 좋아서 사람물결 꽃물결이 되었을텐데… 매화꽃에 입을 맞추고 향을 맡으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봐야하는데 ‘마스크 부대’가 오면서 그걸 안해주는 거야. 그만큼 얄궂은 시대에요.”

농원 마당 한쪽에서 오전에 캐 온 쑥과 취나물을 다듬고 있는 홍쌍리 대표 주위로 관광객 서너명이 모여있다. 방문하는 이들에게 ‘밥상’의 힘을 알려주느라 채소를 다듬는 손은 물론 입조차 쉴 새가 없다.

이름 석자가 브랜드가 된 홍쌍리(78·대한민국 식품명인 14호) 대표의 청매실농원은 광양 매화마을의 시초이기도 하다. 홍 대표의 시아버지인 김오천 선생이 일본에서 광부생활로 돈을 모아 섬진강변 백운산 기슭에 밤나무와 매화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우량 묘목을 재배했던 이곳은 1960년대 전국적으로 밤나무 흙벌레 해충으로 피해가 막중했던 때에도 유일하게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후 시아버지의 우량 묘목은 전국으로 공급됐고 1965년 정부로부터 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홍 대표가 농원의 식구가 된 것도 이 무렵이다. 경남 밀양에서 광양으로 시집을 온 이후 지금까지 산비탈 농원에서 매실나무를 가꾸며 살고 있다. 지금 매실농원 규모는 6만평 가까이 된다. 전국에 매화마을이 몇 군데 있지만 광양의 매실이 단연 최고다. 기후 환경 때문이다.

“마을에서 매실 나무를 심는다고 하면 시아버지가 땅을 봐주러 다니셨습니다. 반음지, 섬진강 새벽안개가 피어나는 곳이 좋은 곳이죠. 햇빛을 너무 많이 보면 병이 나고 탈수가 되고 맛이 떨어집니다. 겨울에는 또 땅이 많이 얼어야 합니다. 이곳은 산 비탈이라 지대가 높아도 반 음지에요. 겨울에는 오후 3시가 되면 해가 넘어가버리거든요.”

전통항아리에서 발효 숙성시킨 매실 장아찌류.
매실 수확은 대개 6월 6일부터 25일 사이에 이뤄진다. 열매 속 씨가 제대로 여물었을 때 수확해야 숙성됐을 때 씨 속의 독성배출을 막아준다고 해서 그 시기에 맞춰 열매를 따준다.

매실은 예로부터 약으로 쓰일 정도로 몸에 좋은 과실이다. 한방 의학서인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매실은 구연산을 포함한 각종 유기산과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피로회복에 좋고, 몸 속 유해균 번식을 억제해 해독작용에 좋다. 신맛이 나지만 알카리성을 띄기 때문에 각종 인스턴트식품으로 인해 우리의 몸이 산성으로 변하는 것을 방지해 주기도 한다. 특히 여름철 질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소화기 질환인 복통과 설사, 피부 질환인 습진과 땀띠, 열독이 차서 생기는 열대야에 잠 못 드는 불면증에도 좋다고 전해진다.

매실은 일반적으로 씨를 뺀 과육에 설탕을 재어 발효시켜서 먹는 것으로 알려진다. 매실을 숙성시킬 때는 그늘진 저장고가 아닌 햇볕이 잘 드는 노천에서 해야 제 맛을 낼 수 있다. 적당한 온도와 밤과 낮의 기온차, 계절에 따른 바람과 온도를 적절히 조합시켜야 좋은 품질의 매실 식품이 탄생한다는 얘기다. 3000개가 넘는 홍쌍리 청매실농원의 장독대가 햇볕 잘드는 곳에 위치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매실농원에서는 매실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농축액과 매실원, 매실청, 고추장과 된장, 절임, 장아찌, 쨈, 식초, 사탕, 젤리 등이다. 홍 대표는 코로나19로 고생하고 있는 대구 의료진들에게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이렇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는 글귀와 함께 매실원액 파우치와 사탕, 젤리를 보내주기도 했다.



섬진강 물빛 닮은 재첩은 껍질을 분리해 재첩국으로 끓여먹는다.
◇섬진강 물빛 닮은 ‘갱조개’ 재첩

‘재첩’은 청정지역 섬진강 하류에서 서식하는 작은 조개다. ‘갱조개(강조개)’라고도 불리는데 재첩을 넣고 끓인 국물맛은 조개 중에 으뜸이라고 불릴 정도다.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을 가로지르는 섬진강 하류는 국내 재첩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재첩의 주생산지다. 간척지 사업으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바닷물이 올라옴에 따라 재첩 서식지도 지금은 하류에서 조금 더 올라온 상태다. 보통 4월에서 11월까지 재첩잡이가 계속되는데 5~6월이 제철이다.

날씨가 풀리는 4월부터 섬진강 하류에 나가면 재첩을 잡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커다란 붉은 대야를 강물 위에 띄우고 기다란 막대를 이용해 강바닥의 재첩을 채취하는 이들이다. 광양과 하동을 이어주는 섬진강에서는 ‘거랭이’를 사용해 재첩을 채취하는 전통방식인 ‘광양·하동 재첩잡이 손틀어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람이 직접 강물에 들어가 ‘거랭이’로 강바닥을 긁어 재첩을 잡는 어업방식으로,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섬진강 유역 전통어법으로 전해온다. 지난 2018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올 1월 해양수산부가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물이 맑은 1급 청정수에서만 서식하는 재첩은 섬진강 물빛을 닮은 듯 빛깔이 선명하고 육질이 연하다. 황달, 간질환, 숙취 해소에 좋고 악성 빈혈을 예방하는 건강식품인데다 열량도 낮아 많은 사람들이 재첩을 맛보기 위해 섬진강변과 망덕포구를 찾는다.

껍질을 분리한 재첩을 새콤달콤하게 무친 재첩회무침.
섬진강이 바라보이는 망덕포구 ‘청룡식당’은 재첩 전문음식점이다. 재첩회무침과 재첩국이 주 메뉴다. 번화가가 아니지만 평일이라도 점심식사 시간때가 되면 평상 야외자리에는 언제나 손님들이 올라앉아 강바람을 맞으며 재첩 식사를 한다.

“맛좋을 때 많이 잡아놨다가 요리를 합니다. 재첩이야 사시사철 잡히긴 하지만 봄이나 가을 비가 적게 올 때 맛이 좋아요. 조개는 날씨에 민감한 데 비가 많이 내리면 모래나 황토를 많이 먹고 민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개미가 줄어들죠. 봄에 시작해서 장마 오기전까지 많이 잡아 두었다가 장마 이후 가을에 다시 재첩잡이가 많아집니다. 요즘엔 봄 조개가 맛있다고들 해요.”

재첩을 두고 생긴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재첩은 하루 저녁에 4대가 걸친다’는 말로, 하루에만 네 차례 산란을 한다는 얘기다. 산란 시기가 되면 묽은 코 형태의 곱이 나오는데 이 곱 때문에 작은 조개가 낙하산처럼 퍼져 이동 수단으로 이용된다. 물살을 따라 떠다니거나 바닥에 기어다니며, 수온만 맞으면 크기에 상관없이 산란을 한다고 전한다.

잡아온 재첩은 까는 게 일이다. 뻘 속에 숨어있다가 밖으로 나온 봄철 재첩은 더욱 신경써야 한다. 껍질과 살을 분리하기 전 해감을 해야 한다. 전문잡이들이 재첩을 가져오면 먼저 깨끗하게 씻은 다음 물에 담궈놓는다. 가라앉은 모래를 다시 먹지 못하도록 대야 위에 큰 바구니를 걸쳐놓고 2~3시간 담근다. 다시 한 번 씻은 다음 남아있는 모래를 뿜어내도록 밤새 물에 담가놓는다. 다음날 아침 재차 씻어준 다음 커다란 솥에 물과 함께 넣고 끓이며 껍질과 속살을 분리시킨다. 이때 노하우가 필요한데 센불에서 끓이면서 빠른 시간내 건져주면 70~80% 정도가 이 과정에서 분리된다. 껍질을 분리하고 나서도 다시 끓이면서 마지막까지 모래를 제거해준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광주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