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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사회와 수축사회
2020년 04월 24일(금) 00:00
권 경 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우리는 과거의 일상(normal)을 잃어버렸고,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하는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직면하고 있는 ‘뉴노멀’이 일종의 트렌드라기보다는 인류의 삶을 통째로 바꾸는 중요한 개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상황은 어느 특정한 지역이나 분야 혹은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문제라는 점에서 총체적 대변동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어떤 삶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과거를 회상하거나 추억하는 것은, 그것이 사라져서 지금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우리의 삶터를 바꾼 ‘신도시’와 ‘아파트’를 생각해 보자. 사람들이 살던 동네가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몇 년 후 그 자리에는 뉴타운이나 신도시가 들어서곤 했다.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렇게 우리의 삶과 사회는 바뀌어 왔다. 그럼에도 지금의 대변동이 전혀 다른 충격을 던지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김호기 교수는 이중적 뉴노멀의 미래를 전망했는데, 경제 영역의 불확실성과 국가의 귀환, ‘제3의 자리’로 이동하는 사회였다. (국민) 국가와 경제의 변화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지만, 사회에서 ‘제3의 자리’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는 개인적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러한 흐름이 함의하는 바는, 코로나 광풍이 그치면 우리가 돌아갈 자리가 옛날의 자리가 아닌 제3의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제3의 자리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연결이 강화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더욱 중첩되는 공간으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 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거나 중첩되는 공간으로서 제3의 자리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두 세계 사이에서 어떤 대안이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 이 문제는 국가와 경제(시장)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본다. 이번 사태로 분명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지만, 여전히 세계화와 지역화는 치열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단기적으로 국가의 귀환은 당연해 보이지만 국가의 역할과 기능, 시민의 역할과 정체성의 문제는 또 다른 논의를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2018년 말 출간된 ‘수축사회’(홍성국 지음, 메디치)는 중요한 문제의식을 보여 준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 ‘낯선 세계의 문턱에서’라는 부제를 달았다.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는 ‘팽창사회’였다면,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수축사회’로 진입하면서 제로섬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축사회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이기주의, 모든 분야에서의 투쟁, 현재에만 집중하는 태도, 팽창사회를 지향하는 집중화, 심리적 문제 등등.

수축사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수축사회를 돌파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인류 모두가 이타적으로 바뀌는 것’이야말로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타적으로 바뀐다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이기 이전에 마음의 문제이다. 사람들이 어떤 욕망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사회는 달라진다. 따라서 경제적 자본 이전에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팽창사회에서 붙잡고 있던 효율성과 합리성이 아닌 도덕과 윤리를 통한 사회적 자본의 가치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낯선 세계의 문턱’에 서 있다. 결국 각자의 삶을 살펴야 한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누구와 관계를 맺고, 삶이라는 일상을 무엇으로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이것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해야 하는 물음이다. 개인의 질문이 우리의 질문으로 바뀔 때 출구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순서를 잊지 말자. 시장과 국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다.

다음은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새겨들을 만한 말이다. “나는 어두운 인간 세상의 그림자를 스스럼없이 당신 머리 위로 던져 주겠습니다. 그러나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 어두운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그 안에서 당신에게 참고가 될 만한 것을 끄집어내십시오.”(나쓰메 소세키, ‘마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