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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엄마
2020년 04월 24일(금) 00:00
엄마를 간병하게 되면서 정아는 잘 알지 못했던 엄마의 취향을 조금씩 알게 된다. 엄마의 취향은 이랬다. 꽃을 좋아하지만 들판에 핀 야생화라야 맘에 들어 한다. 만약 그것을 꺾어 꽃병에 꽂으면 탐탁해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엄마의 취향은 ‘야생동물은 야생에 있어야지 동물원에 있으면 별로’라는 것이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와 한예종 영화과를 졸업한 강진아 작가가 장편 ‘오늘의 엄마’를 펴냈다. 소설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25번으로 출간됐으며 다수의 단편영화와 장편영화를 연출한 작가의 예술적 심미안이 녹아 있다.

소설은 갑작스런 사고로 애인을 잃은 정아가 겪는 상실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자 엄마와의 관계를 다룬다. 옛 애인에 대한 기억에 빠져 있는 정아는 어느 날 언니에게 엄마의 건강검진 결과가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엄마가 폐암 말기라는 것. 야무진 언니 정미에 비해 정아는 세상일에 늦되고 매사가 분명치 않다.

두 자매의 서울과 부산, 경주를 오가는 간병기가 시작된다. 이별만큼 필연인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잘해 내는 방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병든 엄마 곁을 지키는 정아의 유치한 투정, 짜증과 무심이 반복된다.

이렇듯 소설은 착한 딸이고 싶지만 실제 ‘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인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기에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것은 보통의 사람들이 지닌 연약함의 부분이다.

김초엽 소설가는 추천의 글에서 “슬픔이라는 단어만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마음들이 이별에는 깃들어 있고, 사랑이 복잡하듯, 상실 역시 복잡하는 것. 떠난다는 것은 동시에 어딘가에 남겨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평한다. <민음사·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